삼성물산 합병에도 최순실의 그림자?… 국민연금 수천억 손실 알고도 찬성 미스터리

입력 2016-11-22 18:01 수정 2016-11-23 01:29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찬성표를 던진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하고, 최순실씨 모녀에게 거액을 지원한 것이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정조준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22일 “두 회사의 합병 과정을 전체적으로 스크리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두 회사의 합병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보다 제일모직 주식을 더 많이 갖고 있었다. 합병은 삼성물산 주식 1주당 제일모직 0.35주를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부회장에겐 유리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평가였다. 그대로 합병이 진행되면 제일모직보다 삼성물산 지분이 더 많았던 국민연금에 불리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 합병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지난 17일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지분 가치는 합병 전보다 약 2327억원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혹이 집중되자 앞서 금융감독원은 양사 합병 비율 결정 방식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고 19대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서울고법 민사35부(부장판사 윤종구)는 지난 5월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 결의 전 약 2개월간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점에 주목했다. 결의 후에는 고평가된 삼성물산을 다시 사들였다. 재판부는 “정당한 판단에 근거한 투자가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자문을 구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은 합병 반대를 권고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내부 위원회에서도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고, 합병 후 시너지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관계자들이 합병 찬성 발표를 앞두고 이 부회장과 만난 사실도 드러났다. 중대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를 열지 않았던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검찰은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삼성그룹의 최씨 모녀에 대한 지원 등이 영향력을 미쳤는지 집중 수사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