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하차’ 문턱까지 갔다가 임기를 보전해도 명예를 지키긴 어렵다. 탄핵 코앞까지 갔던 앤드루 존슨(1808∼1875)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전 미국 대통령도 탄핵으로 자리를 잃을 뻔했다. 탄핵이 추진된 것 자체만으로도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미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재판을 받은 것은 1868년 존슨이다. 공무원 파면에 상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을 어기고 국방장관을 파면한 탓이다. 탄핵안은 상원까지 갔다가 한 표 차로 부결됐다.
클린턴은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을 일컫는 ‘지퍼게이트’로 탄핵 소추됐다. 그는 대국민 담화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대신 간통 자체가 위법은 아닌 점을 내세워 ‘불법은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하원은 1998년 12월 클린턴이 위증을 하고 르윈스키에게도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고 사법방해 등을 사유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탄핵안이 이듬해 2월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성 추문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여론 덕이었다. 클린턴은 특별검사와 합의해 퇴임 하루 전인 2001년 1월 위증을 인정하고 기소를 면했다.
레이건은 1986년 적국 이란에 무기를 몰래 팔아 번 돈으로 니카라과 반군 ‘콘트라’를 지원했다가 탄핵될 뻔했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에 납치된 미국인을 구하기 위해서였지만 반군 지원을 금지한 법과 테러국과 교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겼다. 그러나 특검이 레이건의 혐의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탄핵 소추되지 않았다. 기소된 측근들은 묵비권을 행사했고, 정부도 정보공개를 거부한 탓에 증거가 부족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탄핵 문턱서 살아났지만 명예 실추된 美 대통령들
입력 2016-11-23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