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청년희망재단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희망재단은 청와대가 설립을 주도했다.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은 ‘릴레이 기부’를 했다. 역대 정권마다 재계와 금융권을 동원해 재단 등을 만들어왔지만,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청년희망재단처럼 대통령이 직접 챙긴 적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청년희망재단과 관련해 “재계 서열 순으로 일시에 기부가 행해졌다”며 입금 내역을 공개했다.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 10월 재단 설립 직전까진 ‘청년희망펀드’였다. 말만 펀드이지 수익을 불려 되돌려주는 게 아니라서 그냥 기부다.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창구가 동원돼 기부를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KEB하나은행에 기부를 했고, 금융지주 회장들은 연봉의 30%를 ‘자발적으로’ 내놨다. 한 팀장급 은행원은 “직원에게까지 기부를 강요해 나도 10만원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재벌의 ‘릴레이 기부’는 재단 설립 직후부터 한 달여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공익신탁 형식의 재단 설립을 제안하고 1호로 ‘청년희망펀드’ 기부를 하자, 다음 달 22일 병상에 누워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재단에 200억원을 냈다. 같은 달 26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50억원, 30일엔 구본무 LG 회장이 70억원 등을 냈다. 11월로 넘어가선 10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50억원, 11일 김승연 한화 회장이 30억원을 입금했다.
재계 순위에 따라 바통을 넘겨받듯 기부한 것이다. 기부액도 순위에 따라 차등됐다는 느낌을 준다. 이 의원은 “재단 설립 과정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의 직간접적 개입이 있었다”며 “특검에서 관련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업은 정부 규제의 강도에 수익이 직결되는 구조다. 때문에 역대 정부의 캠페인성 재단 설립에 자주 동원됐다. 다만 박근혜정부의 미르·K스포츠재단, 청년희망재단과는 차이가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 5월 출범한 ‘은행권 청년창업재단’은 은행연합회 주도로 18개 회원 금융기관이 40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해 만들어졌다. 이 재단은 스타트업에 대한 간접투자를 돕고 있다. 청년창업재단 관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달리 대통령과 전혀 관련이 없고, 2011년 당시 월가 시위 등 금융권 탐욕에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응해 설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시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설립된 미소금융재단은 휴면예금관리법 연장선상에서 만들어졌다. 기업들이 각기 재단을 따로 운영했다는 측면에서 대기업 릴레이 모금 방식과 다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청년희망재단, 미르와 판박이”… 靑이 설립 제안→ 재계 릴레이 기부 속도전
입력 2016-11-22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