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분양권을 위장결혼 등의 수법으로 다량 확보한 뒤 억대의 프리미엄을 붙여 되판 일당이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강남 H아파트와 P아파트의 분양권을 불법 매매한 혐의(주택법 위반 등)로 청약통장 작업자 고모(48)씨와 분양권 판매업자 장모(53)씨를 구속하고 23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고씨와 장씨 일당은 지난 2014년 싼값에 확보한 청약통장과 서류로 아파트 분양권을 당첨 받은 뒤 가구당 최대 2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을 얹어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 등 청약통장 작업자는 전단을 뿌리거나 주변 지인들을 통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접근해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을 주고 청약통장을 사들였다.
이후 청약통장의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이들을 분양지역으로 위장 전입시키거나 다른 청약통장 명의자와 위장결혼시키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청약통장 명의자 중에는 5명의 남자와 7번 위장결혼을 한 30대 자매도 있었다. 이혼한 부부가 각자 다른 사람과 위장결혼을 해서 부정 당첨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이들이 주로 청약통장의 명의를 팔아 넘겼다”고 설명했다.
장씨 등 분양권 업자 29명은 이렇게 확보한 아파트 분양권을 팔면서 억대의 웃돈을 받았다. 강남구 세곡동의 H아파트는 1억5000만원, P아파트는 2억5000만원의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넘겼다. 경찰 조사결과 두 아파트에서 분양된 599가구 중 193가구(32%)가 불법 전매로 확인됐다. 불법전매 차익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불법 프리미엄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4년 당시 해당 아파트 분양가는 8억∼12억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15억원까지 올랐다.
이번에 붙잡힌 234명에는 청약통장을 팔거나 위장결혼에 동참한 56명과 정상적으로 분양권을 당첨 받았지만 전매제한 기간 전에 업자에게 분양권을 팔아넘긴 144명도 포함됐다. 다만 분양권 매수인은 빠졌다. 매수인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분양권을 사들인 이들 중에는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등이 상당수였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아파트 분양권 프리미엄 눈독, 5명과 7차례 위장결혼까지…
입력 2016-11-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