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식이 22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엄수됐다.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정치권 인사, 각계 원로 등 2000여명의 추모객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정국 혼란 상황을 개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추모식 분위기는 무거웠다. 눈발이 휘몰아친 지난해 영결식에 비해 추위는 덜했지만 혼란스러운 정국 탓에 추모객들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추모위원장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추모식 인사말에서 “국민은 실체를 드러낸 권력층의 무능과 부도덕에 분노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1주기가 위정자와 정치인들이 냉철히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염원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도 유가족 인사말을 통해 “나라와 국민이 혼란과 고통, 도탄에 빠진 오늘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며 “(이때) 추위 속에 떠나신 아버님을 향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버님은 언제나 국민을 사랑하고 국민을 신뢰하고 국민을 두려워하셨다”며 “신생 대한민국,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그 격동의 세월을 정치가이자 지도자로서 오직 국민, 민주주의와 함께하셨다”고 회고했다.
추모식에는 정 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 여야 잠룡들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허원제 정무수석이 참석했고, 친박(친박근혜)계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서청원 의원은 불참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 대통령, 이희호 권양숙 여사는 추모 화환을 보냈다.
참석자들은 헌화와 분향을 하기 위해 묘소로 이동하며 현 정국을 개탄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위대한 지도자들의 죽음으로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상도동계’(김 전 대통령 가신 그룹)인 김무성 전 대표는 야권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경우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국민 주권을 되찾자는 함성이 높을수록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해온 김 전 대통령이 많이 생각난다”며 “오는 26일 전 국민이 대통령 퇴진의 뜻을 결집할 것”이라고 했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朴 대통령 성토장 된 YS 서거 1주기 추모식 “나라·국민이 혼란·고통·도탄에 빠져”
입력 2016-11-22 18:17 수정 2016-11-22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