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차량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엔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넘쳐나고 있다. 주로 현대차·기아차 소유 차주들이다. 이들은 KD코퍼레이션이 최순실씨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에 납품 로비를 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 후 “차량 불량이 발생하는데 이유가 있었다”는 등의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 그러나 KD코퍼레이션이 현대차에 납품한 것은 원동기용 흡착제다. 자동차 장착용 부품이 아닌 공장 등 근무환경에 필요한 용품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불똥이 기업에 튀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언급된 기업과 산업은 신뢰도와 이미지가 추락했다. 심각할 경우 내수는 물론 수출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2일 “글로벌 시대에 기업은 이미지가 중요하다”면서 “최순실 게이트 소식이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에 연루돼 있다는 보도가 나가면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제품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현대차·기아차 구매자들은 의혹을 거두지 못하는 분위기다. KD코퍼레이션에서 납품한 부품이 차량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이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유주들은 “언제든 이 기업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안전에 영향을 줄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의심한다.
중소 화장품 기업들은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한 성형외과에서 나온 화장품 때문이다. 최씨의 영향력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성형외과는 지난해부터 박근혜 대통령 순방 행사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 병원에서 생산한 화장품은 올해 청와대 설 선물세트로 선정됐고 최근엔 유명 면세점에 입점했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이 성형외과 때문에 화장품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공교롭게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는 5대 소비재를 유망 수출 품목으로 선정했다. 그중 첫손으로 꼽힌 게 화장품이었다.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K뷰티는 K팝과 함께 한류를 이끌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K뷰티를 선도하겠다며 열심히 제품 개발과 해외 개척에 힘쓰고 있다”면서 “그런데 이번 보도로 화장품 산업 전체가 오해를 받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와 관련해 사업을 진행하던 기업도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 전시문화 전문기업 시공테크는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의 전시연출 사업자와 전시영상감독으로서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가 늘어났다. 주무부처가 달라지면서 사업 콘셉트 변경으로 추가 예산이 발생한 게 이유였지만 시장에선 이 회사가 차씨의 특혜를 받았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의혹이 제기된 뒤 시공테크의 주가는 추락했다. 9월 평균 주가 6018원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이날 5630원(종가기준)이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기획] ‘최순실 게이트’ 불똥 튄 현대·기아車 등 이미지 타격
입력 2016-11-23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