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다양한 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의 후원금을 걷었지만 후원금 사용 내역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순실(60)씨 일가가 평창올림픽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려 한 정황이 일부 확인된 만큼 검찰이나 향후 특검 수사를 통해 관련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일보가 22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평창올림픽 공식 후원금 모금 및 사용 내역’에 따르면 조직위가 지난 10월까지 기업들로부터 후원받은 총액은 약 7800억원이다. 이 중 현금이 40%(약 3100억원), 현물이 60%(약 4700억원)다. 실제 계약이 체결돼 조직위에 수령·입금된 금액은 1327억원이다.
조직위는 “후원금 관련 기업별 세부 후원 내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후원계약서상 비밀유지 의무조항이 있어 공개불가”라고 밝혔다. 후원액 사용 내역도 공개하지 않았다. 조직위는 다만 “후원액은 인건비, 각종 통신네트워크 구축 및 수송 기반시설 확보, 국제방송센터 건립 등 조직위의 운영비로 사용된다”고 밝혔다. 현물 후원금도 “후원 용도별로 지정돼 사용하고 있다”며 추가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조직위가 후원금 사용 내역 공개를 거부해 문체부도 자료 제공을 (조직위에) 요청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조 의원을 통해 전해 왔다.
그러나 조직위의 설명과 달리 기업들은 이미 후원 액수와 사용처 등을 자세히 밝혀 왔다. 한화는 지난 7월 평창올림픽 불꽃행사와 성화봉 제공 등으로 약 250억원을 후원한다고 밝혔다. 삼성도 지난 4월 현금 800억원을 포함해 총 1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018년까지 프린터와 복합기 등 IT 제품을 현물로 후원하고 성화봉송, 문화행사, 패럴림픽 등에는 현금을 지원한다는 사용 내역도 공개했다.
평창올림픽 후원금 입출 내역을 철저히 함구하는 조직위의 폐쇄적인 태도는 최씨 일가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최씨 일가와 연관된 사업이 많아 입출 내역 공개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최씨가 설립한 더블루케이가 지난 3월 스위스 건설업체 누슬리와 업무협약을 맺고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건설사업 수주에 참여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5월 조직위원장 자리에서 돌연 물러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최씨의 사업 참여를 막아 갈등을 빚다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언론 보도 내용이 90%는 맞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씨 측근이 강원도 평창 땅을 사들인 정황도 발견됐다. 기업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최씨의 딸 정유라(20)씨 초등학교 동창 부모가 운영하는 회사 KD코퍼레이션이 2010년 평창 알펜시아콘도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화학 제품 제조업체인 KD코퍼레이션은 최씨에게 청탁해 현대차로부터 10억원가량의 일감을 따내 이익을 챙긴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도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각종 이권을 노리고 법인을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장씨는 동계종목 관련 우수선수 육성 명목으로 지난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세운 뒤 삼성(16억원), 문체부(6억7000여만원) 등에서 지원을 받아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씨가 평창올림픽 이권에 개입한 여러 정황이 드러나면서 ‘기업들이 낸 피 같은 후원금이 최씨 일가 배를 불리는 데 들어갔구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올해 4월 조직위 재정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받았고, 국회 및 관계부처에 조직위의 모든 계약 체결 현황을 제출하는 등 투명하게 재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단독] 1000억대 평창후원금 쓴 곳 아무도 모른다
입력 2016-11-22 17:51 수정 2016-11-23 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