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 동력이 없는 한국경제는 고장 난 자동차와 같습니다. 운전수가 아니라 차를 바꿔야 하는 상황입니다. 총체적 시스템의 실패를 치유할 구조개혁이 절실합니다. 내년은 그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근(사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경제추격연구소 소속 경제학자 43명이 국내외 경제 현황을 분석하고 향후 전망을 예측한 책 ‘2017 한국경제 대전망’(21세기북스)을 출간했다. 이 교수는 22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판간담회에서 “올해는 추경 예산과 부동산시장 활성화로 간신히 버틴 한 해였다”고 진단한 뒤 “하지만 그로 인한 정부 부채와 개인 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것이 향후 악재로 돌아올 전망이다. 금리인하 추세가 멈추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가 다시 장기저성장으로 들어선 것, 미국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그리고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이 사라진 것 등이 겹쳐서 온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2008년 설립된 경제추격연구소는 50여명의 경제전문가 네트워크다. 세계 각국의 경제성과를 비교하는 지표인 경제추격지수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경제추격지수는 한국의 경제적 성과를 단순히 1인당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통해서도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경제추격연구소가 전망한 한국경제는 국내외 악재 때문에 우울한 전망으로 가득하다.
이 교수는 “경제 성장 동력은 대개 10년 전부터 준비되어야 한다. 지금 한국 시스템에서는 성장 동력을 추진할 수가 없다. 2000년대 초반 기업들의 사내벤처에서 출발했던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을 요즘엔 찾아볼 수가 없는 게 대표적”이라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벤처기업이 더 많이 나오려면 공격적인 투자와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제도를 개선해고 장기투자자를 우대하는 정책 등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로 대표되는 3차 산업혁명을 기회로 삼았던 한국은 이제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또 미·중 통상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위험을 최소화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 교수는 “새로운 보호무역주의 시대에 한국은 대외적으로 동남아 시장 등 새로운 해외마켓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대내적으로 중산층의 삶이 파괴된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데, 소득 불평등 완화와 포용적 성장 등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을 들끓게 만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내년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경우 경제가 정치 사이클에 크게 연동되지는 않는 편”이라면서 “내년 대선이 거시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설비 부문은 대기업 총수 조사와 맞물려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글·사진=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올해는 추경과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간신히 버틴 한 해… 내년부터 장기 저성장 늪에 빠질 가능성”
입력 2016-11-22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