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작년에도 ‘불황형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줄었지만 순이익은 증가했다. 매년 증가하던 연구·개발(R&D) 비용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5년 기준 기업활동조사 잠정 결과를 보면 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2159조원으로 전년 대비 3.2%(72조원) 감소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상용근로자가 50인 이상이면서 자본금이 3억원 이상인 기업 가운데 금융·보험업을 제외한 1만2181개 기업이 조사 대상이었다.
제조업 매출액에서 74조원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면 기업들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은 109조원으로 전년 대비 16.0% 증가했다. 순이익은 매출액 추이와 반대로 2년 연속 늘었다. 매출액 1000원당 순이익은 50.4원으로 8.4원 증가했다. 2011년 51.7원 이후 최고치다.
경기가 침체되고 경영여건이 악화되자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것으로 풀이된다. 비용을 줄인 결과 매출이 감소했는데도 오히려 순이익은 늘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상용근로자보다 임시·일용직 근로자 증가폭이 더 컸던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작년 상용근로자는 2만9000명 증가했지만 임시·일용직은 5만1000명 늘었다.
기업들이 지출한 R&D 비용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래 처음 감소했다. 작년 국내 기업의 R&D 비용은 39조20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줄었다. R&D 비용은 매년 10% 내외로 증가하다 2014년 증가폭이 2%로 떨어졌고, 결국 지난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저유가도 불황형 흑자에 일조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정제·화학제품 매출액이 크게 감소했지만 생산 비용도 줄면서 기업의 수익이 개선됐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산업계의 불황형 흑자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기업 투자에는 현재보다 미래의 경기 판단이 작용한다”며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비용을 줄여나가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매출 ↓ 순이익은 ↑ 기업들 작년에도 ‘불황형 흑자’
입력 2016-11-22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