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 실세 줄 댄 국정원 간부, 고질병 도졌나

입력 2016-11-22 18:14
국가정보원 간부가 최순실씨와 관련된 정보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에게 직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찰을 받고 있다. 국민일보가 단독 보도(11월 14일자 1·5면)한 내용에 대해 이병호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감찰 중이라고 밝혔다. 국익을 위해 음지에서 일한다는 국정원의 간부가 개인 영달을 위해 일탈 행위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 것이다.

국정원 추모 국장은 직원들 휴대전화와 정보활동을 사찰해 최순실·정윤회 관련 내용이 나오면 청와대에 비선보고하고 관련 직원들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다고 한다. 추 국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국정원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우 전 수석에 이어 국정원까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눈감아주고 방조하는 데 동원됐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국정원 감찰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간부 한 사람의 비리로 치부해선 안 된다. 야당은 국정원 내 최씨 관련 사안 처리를 전담하는 특임팀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 만큼 국정원 ‘셀프 감찰’로 끝낼 사안이 아니다. 검찰이나 특검 수사를 통해 국정원 내 최순실 부역자들을 모두 찾아내 엄벌해야 마땅하다. 상명하복의 조직 성격상 잘못된 지시를 따랐다고 핑계 대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정치성을 덜 띠는 원장으로 교체됐지만 국정원 일부 간부들의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 댓글 사건이나 불법 사이버 사찰, 남북 정상회담 기밀 공개 등 정치에 끊임없이 개입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정보기관이 국민 신뢰를 잃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선거 때마다 정치공작에 동원되고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는 국정원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국정원이 내건 모토처럼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 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