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박근혜 대통령님, 하야가 최선입니다

입력 2016-11-22 20:35

이 글을 올리는 저는 은퇴한 목사로서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말해본 기억조차 없는 순수한 전도자로 평생을 산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오늘 감히 글을 쓰는 것은, 대통령께서 몇 가지 큰 문제가 염려돼 하야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첫째, 이번 일로 국가의 격이 무너지는 일이 염려될 수 있다 생각됩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북한의 굶주린 아이들을 돕고자 시작한 ‘남북나눔운동’의 이사장으로 대북사업을 23년 동안 해왔습니다. 사업 초기였던 어느 날 북측의 한 분이 질문했습니다. “남녘이 ‘민주화, 민주화’하는데 뭐가 민주화요?”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국가 최고책임자라 할지라도 잘못했으면 감옥 가는 것입니다.” 그분은 얼굴이 굳어지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누구도 체제 논쟁을 걸어오지 않았습니다.

이 답변은 한 터키인이 제 마음에 준 깊은 확신에서 비롯됐습니다. 업무 차 한국에 온 그분과 함께 식사를 하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이 감옥으로 가는 모습이 TV로 방영됐습니다. 부끄럽고 창피했는데 그분은 충격적인 말을 해줬습니다. “국가 최고책임자가 잘못했다고 감옥 가는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눈물 나올 정도로 부럽습니다.”

대통령님, 안심하고 하야하셔도 됩니다. 최고책임자라도 잘못하면 동일하게 법적인 제재를 받는 나라,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입니다.

둘째, 아버님께서 하신 그 모든 일들이 치욕으로 바뀌고 역사 속에 묻혀버릴 수 있다는 염려를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4·19 때 대학교에 입학했고 곧이어 5·16이 터졌습니다. 휴교령이 내려지고 최루탄과 곤봉으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박정희’라는 이름은 제 마음속에 깊은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라는 기독교학생단체에서 젊은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전도자로 살면서 김준곤 목사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었습니다.

유신 때 김 목사님이 박정희 대통령과 가까운 것을 보고 대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목사님, 학생들이 감옥에 가고 피투성이가 돼 고통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학생들을 핍박하는 대통령을 가까이 하십니까.” 김 목사님은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이 여러 상황으로 어려울 때 마음속 이야기 좀 나누자고 먼저 요청을 했네. 목회자로서 한 영혼을 향한 배려 때문에 찾아 가겠다고 했네.”

그래도 저는 항의했습니다. “왜 일본에서 버리는 폐기물을 한국이 받아들입니까. 민족의 장래에 바른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김 목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홍군, 나도 그 말을 전했네.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 ‘그 공해는 내가 다 마실 테니 우리 백성이 배만 곯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두 눈에 눈물이 맺히는 걸 보았네.”

그 말을 듣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얼어붙었던 마음이 이해하는 마음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진정한 존경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지 광화문에 동상을 세운다고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역사는 모든 업적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해 줄 것입니다. 안심하고 하야하십시오.

셋째, 대국민 담화 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는가?’ 대통령 취임식 때 국가를 위해 진실한 마음의 선서를 하셨을 줄 압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라시’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현실이 됐고, 비서실장께서 말씀하신 ‘소도 웃을 일’을 행하셨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의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실수와 잘못을 한꺼번에 해결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영웅이었던 삼손입니다. 그는 여인의 유혹에 넘어가 큰 범죄를 저질렀고 원수인 블레셋인에게 잡혀갔습니다. 눈을 뽑힌 채로 연자 맷돌을 돌려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많은 블레셋인들이 모여있던 원형경기장을 무너트렸습니다. 성경은 삼손이 평생 전쟁터에서 죽인 적군보다 그 하루에 죽인 적군의 수가 더 많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님, 하야하십시오. 이 나라를 농단하고 당신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모든 사악한 세력들과 함께 무너지십시오. 이것이 대통령께서 짧은 시간에 실수를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이 작은 한반도가 열강들과 공산주의의 엄청난 위세 앞에서도 오늘날까지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첫 단추는 바로 이 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독재는 물러가라.” “아, 우리 젊은이들이 아직 살아 있군. 백성이 원하면 물러나겠다.”

국민의 마음을 하늘처럼 받들어 초연히 경무대를 떠났던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이 오늘 다시 역사의 메아리로 들려옵니다. 이 일이 있었기에 우리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1조를 살려낼 수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님의 하야는 국가를 위한 최선의 헌신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초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홍정길 원로목사 <남서울은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