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기춘과 최순실의 ‘검은 커넥션’ 밝혀야 한다

입력 2016-11-22 18:14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금까지 “최순실씨를 만난 일도 통화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씨를 알게 됐다”고 진술했을 때도 그는 “김 전 차관이 그랬다면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그의 강력한 부인에도 두 사람이 아주 긴밀한 관계라고 추정해볼 만한 정황이나 진술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다.

상식적으로 봐도 최씨와 일면식도 없다는 그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김 전 실장은 2006년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고 2012년 대선에선 친박 원로 모임인 ‘7인회’ 멤버로 활동했다.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청와대 2인자이자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 전 실장은 1979년 최씨 아버지 최태민(1994년 사망)씨의 각종 비위 사실을 담은 ‘최태민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중앙정보부 핵심간부로 재직했다.

그가 최씨 일가와 이미 30년 전에 알고 지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검찰에서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김 전 실장에게 소개해줬다는 진술도 나왔다. ‘왕실장’ 타이틀까지 붙은 그가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라는 최씨의 존재, 나아가 최씨의 국정농단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드러났듯이 사법부 길들이기, 언론통제 등에 전방위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도 김 전 실장이다. 청와대를 떠난 지금도 막후에서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즉각 소환해 국정농단이 벌어지는 동안 무슨 역할을 했으며 그 대가로 무엇을 얻어냈는지 밝혀내야 한다. 그와 함께 근무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에서 마무리하지 못하면 특검에서라도 진상을 낱낱이 조사해야 할 것이다. 김 전 실장도 역사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진실을 털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