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자국 내 방영을 전면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방송가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한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이 같은 내용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현실화될 경우 한류 산업 전반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22일 중국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중국 공연을 승인받은 한국 스타들이 단 한명도 없다. 중국 매체들은 ‘한한령 전면 업그레이드’라는 제목으로 한한령 발동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한한령 발동은 우리나라가 지난 7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을 결정한 것에 따른 보복조치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한령이 공식화될 경우 한류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조사연구팀장인 남상현 박사는 23일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이 한류 콘텐츠 관련 행사와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을 적극 제재하고 나섰다는 소문이 이미 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중국 방송사 등이 정부 눈치를 보면서 알아서 기는 수준이었는데, 앞으로 중국 정부 차원에서 한류 규제를 공식화하면 우리나라 대중문화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요즘 한류 스타들의 중국 활동은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중국 스마트폰 비보(VIVO)는 최근 광고모델을 배우 송중기에서 자국 배우로 교체했다. 중국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각각 출연한 가수 황치열, 배우 유인나의 출연분은 모두 삭제된 채 방송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한류스타 김우빈 배수지가 참석할 예정이던 베이징 팬미팅이 갑자기 취소돼 논란이 일었다.
중국은 한류 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집계한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의 대(對) 중국 수출액은 2014년 기준 13억4000달러(약 1조5700억)에 달한다.
국내 대중문화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데 있어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엄청나다.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대부분 중국 기업과 다양한 합작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중국이 2010∼2015년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시장에 쏟아 부은 자금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중국 자본이 빠지고 한류 스타의 중국 시장 진출이 불투명해지면 그동안 100억원을 들여 만들던 미니시리즈 제작비도 50억∼6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럴 경우 한류 콘텐츠의 질적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한류 규제가 공식화되더라도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남상현 박사는 “한류 산업이 중국 시장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뚜렷한 대비책을 내놓긴 힘들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미국과 유럽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中, 두달째 한국공연 허가 ‘0건’… 방송가 초비상
입력 2016-11-24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