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약자에게 강한 공권력

입력 2016-11-22 18:14

우리사회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 말도 못하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살인범의 멍에를 쓰고 옥살이까지 한 3명의 청년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 당시 가난하고 많이 배우지 못한 10대 후반 청소년 3명은 부실수사와 강압적 심문을 이기지 못해 허위진술을 하고 말았단다. 그중에는 지적장애인도 있었는데 선량한 눈으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잘못 쓰인 공권력 앞에서 공포에 떨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범인이 아니라고 호소해도 믿어주지 않고, 진범의 자백도 외면한 사법 당국과 경찰의 성과주의가 낳은 극단적인 폐해다. 천하보다 귀하다는 한 영혼. 그 안에 담긴 소중한 가치는 철저히 무시당했고, 생명존중·인권존중은 허공을 떠도는 먼지와 같은 말뭉치에 불과했다. 가난하고 배경 없는 장애인이라서 더 쉽게 다루었을까. 인권을 침해해도 수호세력도 없는 약자에게는 죄를 뒤집어씌워도 되는 것이 법인지.

20대 청춘을 옥에서 보내고 16년 동안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이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 누구나 다 겪는 일반적인 고통도 남보다 조금 더 겪게 되면 이해하기도, 견디기도 힘들다. 그 억울한 상황에 외치는 소리를 들어주는 이 아무도 없으니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오열하며, 더 이상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날을 지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그만 인생 사직서를 제출하고 싶은 마음 아니었을까.

무전유죄 유전무죄. 여전히 여기저기서 돈이 권력을 행사하고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중심이 사람이 아닌 권력과 돈을 중심으로 돈다. 좋은 지도자가 나와도 사회통념이 변하지 않는 한 이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개인의 가치관과 삶의 향방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가치관과 향방이 바로 세워지고, 정의를 향한 소시민들의 열망과 다음 세대를 향한 긍정의 힘이 계속 부어져야 약자의 인권도 존중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김세원(에세이스트).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