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장 “美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땐 수용” 파문

입력 2016-11-22 18:07

장명진(사진) 방위사업청장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장 청장은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방사청이 후원한 ‘한·미 국방획득정책과 국제안보 환경’ 콘퍼런스에 참석해 “트럼프 당선인과 차기 미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 한국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청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인상 요구를 한다면 현 국방예산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다른 분야의 예산을 축소해 무기 고도화 쪽으로 돌려야 한다”며 “국방예산을 더 많이 투입하기 위해서는 복지 등 다른 예산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런 경우(방위비 인상 요구)가 발생했을 때는 감수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청장은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면 인상분만큼을 미국에 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자주국방 쪽으로 돌려서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 청장의 발언은 미국이 실제 방위비 인상 요구를 하기도 전에 이를 기정사실화한 데다 복지 등 다른 국가예산을 줄여서라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비율이 50%가 넘기 때문에 추가 인상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장 청장의 발언은 이런 기조에도 어긋난다.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 17일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률이 50%대라는 이유를 들어 인상 요구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방사청은 설명자료를 내고 “미국의 새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 증액 협의를 요구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취지로 장 청장이 답변했으나 발언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해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존 햄리 CSIS 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주한미군은 미국의 전략적인 이유로 나가 있는 것이지 한국 방위만을 위해 나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의 국익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데이비드 어헌 미 국방부 부차관보, 김일동 방사청 획득기획국장 등 한·미 양국의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