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외로운 사람이다. 대통령의 딸로 태어났다는 것 자체가 고립되게 마련인데, 더구나 어머니도 일찍 잃고, 최태민 일가의 농단으로 형제들과도 인연을 끊고 살았다. 바른말 해주는 배우자도 없다. 동기동창들과 친하게 지내고 어울렸다는 이야기도 없다. 물건 한 번 사본 적 없으니 가까운 이웃들과 말을 터본 적도 없다. 정치인들은 진정으로 박근혜란 사람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다. 다만 그가 대통령의 딸이라는 조작된 아우라가 필요했을 뿐이다. 배신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극도의 예민함을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자신과 운명을 같이할 사람 몇 명을 빼고는 마음을 주지도 신뢰하지도 않았다. 대면보고를 싫어한 이유일 수 있다. 물론 보톡스나 필러를 수시로 맞아서 여성으로서 부끄럽고 말 나는 것이 싫었을 가능성도 있다. 줄기세포 주사나 면역치료제를 맞고 알레르기 반응이 생겼다면 틀림없이 피부에 발진이 올라왔을 터이니, 대통령의 건강에 유고가 생겼다는 소문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을 것이다. 어떤 치료가 진짜고 어떤 치료가 사기인지 구별할 정보도 얻지 못했을 터이다. 다른 의사한테 불면증 약을 받건, 이상한 치료를 받건 파악하지 못했다는 대통령 주치의라면 참으로 무능한 것이다. 아니면 이름만 주치의로 걸어두고 사실상 진료를 받지 않았거나, 양쪽이 모두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밖에 없다. 효과도 없이 부작용만 생기는 치료를 받게 할 때 그 많은 의료진이 과연 무엇을 했는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심 없이 나라와 대통령을 걱정하는 사람을 옆에 두었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안타까워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장과정부터 영애라는 특별대우를 받았던 사람이다. 고까운 말이나 잔소리를 하는 이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자기 생각을 바꿀 리 없는 것이다. 독재자였던 아버지조차 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하지 않는가. 그러다 보니 아첨을 일삼는 사람만 주변에 남게 되었다.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하는 올바른 사람들은 떠나고, 개인적인 욕심만 챙기자는 간신들만 주변에 두게 된 이유다.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는 아마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인간 박근혜는 순수했고, 지금도 아주 순수할 뿐이다. 앞뒤 주변 잘 가리고, 다른 사람 의견을 깊이 생각할 만큼 눈치를 보거나 세속의 때가 묻은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세속의 때 묻은 사람들이 아무리 퇴진 구호를 외쳐도, 그것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의 의견만 접수하고 받아들인 것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살아온 원칙이었고, 앞으로도 정말 좋은 심리분석 치료를 받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욕을 많이 먹으면 오래 산다는 풍설은 어려서부터 나쁜 조건에서 성장하는 만큼 긴장해서 악을 쓰며 억척같이 사는 이들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추앙받고 존경받고 칭찬만 받다 갑자기 빠른 속도로 추락할 경우엔 그런 면역력이나 현실검증력 혹은 적응력이 없다. 모멸감을 느끼며 진심으로 겸손하게 고개를 숙인 적이 한번도 없던 대통령이 아무리 퇴로를 열어주어도 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대통령의 건강 문제는 큰 유고다. 대통령의 마음은 지금 지옥을 헤매고 있는데, 그 아픈 마음을 치료할 좋은 의료진 역시 없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잠이 최고라는 이야기도 이미 나왔다. 지금 불안과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면, 정말로 대통령은 골수부터 반사회적 인격장애라 독재자의 비극적 말로로 치달을 가능성이 100%다. 그렇지는 않다면 저명한 분석심리학자이며 정신과 의사인 이부영 선생 같은 명의들이 청와대로 출장진료를 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이 아닐까 싶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원장
[청사초롱-이나미] 대통령 건강이 걱정이다
입력 2016-11-22 1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