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플랫폼 서울혁신파크 <1회>] 사회 난제, 협력·공유로 풀어내는 ‘실험·창조 공간’

입력 2016-11-22 18:27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안내지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전경 사진. 서울시는 옛 질병관리본부 당시 건물들을 개·보수하고 일부 건물을 신축해 2020년까지 이곳을 서울혁신의 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서울혁신센터 제공
김병권 서울혁신센터장


서울시 은평구 지하철 불광역 2번 출구로 나와 녹번역쪽으로 교차로를 건너면 ‘서울혁신파크’라고 불리는 대규모 혁신클러스터(산업집적지)가 나온다. 질병관리본부가 충북 오송으로 이전한 뒤 비어있던 이곳에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비정부기구(NGO), 기타 영리·비영리기업과 단체 등이 모여들었다. 혁신과 공유, 협력을 기치로 내걸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통통 튀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혁신그룹들이다. 청년취업난, 인구고령화, 환경문제, 세대갈등 등 기존 방식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사회 난제 해법을 모색할 혁신플랫폼으로 조성되고 있는 서울혁신파크를 4회로 나눠 조명해 본다.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해 있는 금자동이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회적기업이다. 1998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난감 재활용 사업을 시작한 금자동이는 장난감 공유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중고 장난감이나 유아용품을 사들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재판매한다. 고장 등으로 쓸모가 없게 된 장난감은 ‘쓸모’라는 장난감학교를 통해 부품별, 색깔별로 분류해 새로운 장난감으로 재탄생시키거나 예술작품의 재료로 활용한다. 장난감을 기부받아 필요로 하는 곳에 전해주는 일도 한다. 장난감 재활용을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자원 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혁신파크에는 금자동이처럼 이윤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까지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 협동조합, 소셜 벤처기업 등이 모여 있다.

문화·예술, 교육·컨설팅, 제조·생산·유통, 환경·생태·에너지, 복지·인권, 네트워크·지원, 건축·공간, IT, 미디어 등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혁신과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145개 단체, 648명의 혁신가들이 입주해 있다.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서울시청년허브, 서북50플러스캠퍼스 등 다른 중간지원조직까지 합치면 입주인원은 250여개 단체에 1100명이 넘는다.

사회문제 해결 실험장

10만9000여㎡의 서울혁신파크가 정식으로 문을 연 것은 지난해 4월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10년 충북 청주 오송보건의료행정타운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결정나자 서울시는 2008년 이곳을 매입해 혁신거점으로 조성했다.

당초 이곳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 건립, ‘어르신 행복타운’이나 웰빙경제문화타운 조성, 한국예술종합학교 및 서울시립대 분교 유치 등 다양한 활용방안이 검토됐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 및 혁신의 허브 역할을 할 공간으로 용도를 정하고 2013년 5월 ‘서울혁신파크 조성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사람의 질병을 연구하고 치유하던 국민보건의 산실이 복잡다단해진 사회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사회혁신의 거점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이후 이곳에는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청년, 중장년층 등의 활동을 지원할 중간지원조직들이 속속 자리를 잡았다. 이어 지난해 4월 서울혁신파크 관리·운영조직인 서울혁신센터가 세워지면서 서울혁신파크는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곳에는 2차례의 입주단체 모집을 통해 다양한 사회혁신 기업과 단체들이 입주해 활동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혁신파크를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시민과 혁신가가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불평등, 불공정,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놀라운 실험과 연결을 시도하는 곳”이라고 규정했다.

공간조성 2020년까지 완료

서울혁신파크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공간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심 건물인 미래청을 비롯해 기존 건물들을 개보수해 재생동, 제작동, 참여동, 극장동, 맛동, 목공동, 예술동 등으로 기능을 정해 입주단체들이 사용하고 있다.

내년에는 혁신의 중추기지가 될 1단계 조성 공간 건립이 완공된다. 이렇게 되면 입주공간은 물론 공유공간이 지금의 배로 늘어나 상주인원 2000명, 방문자는 월평균 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에는 서울기록원이 들어서고 시민에게 휴식과 위안을 줄 서울힐링숲이 조성된다. 호텔이나 전시·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민자사업 부지 개발도 본격화되고 2019년에는 어린이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혁신센터는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도 있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비슷한 성격의 기업이나 단체들이 모여 있어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본연의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입주단체들 간 협업과 네트워킹을 통해 공통의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도 한다. 서울의 다양한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실험공간이자 창조공간인 셈이다.

서울혁신센터는 열린공간이다. 시민들이 배움과 놀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창의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22일 “서울혁신파크는 입주한 혁신가와 기업들이 다양한 실험과 협력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핵심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권 서울혁신센터장 “구체 활동 방안 찾는데 더 집중할 것”

“사회적경제, 도시재생, 적정기술 등 새로운 분야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가는 기업이나 단체들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효과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김병권(52) 서울혁신센터장은 22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서울혁신파크는 한창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센터장은 “지난 2년간은 공간을 조성하고 입주기업과 단체들을 모집하는 모색기였다”며 “앞으로는 입주단체들과 상의해 구체적인 활동 방안을 찾는 데 좀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혁신파크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사회기여, 공유(公有) 공간 활성화를 꼽았다. 그는 “영리든 비영리든 상관없지만 조직의 역할에 사회기여가 포함된 기업이나 단체라야 입주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곳은 입주기업들이 함께 사용하며 공동작업 등을 할 수 있도록 공유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협력을 유도하는 점이 분양에 치중하는 다른 산업단지들과 구별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기업들이 혁신파크에 모여 있다 보니 유용한 정보 유통이 활발하고 자연스럽게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기도 쉽다는 걸 최대 장점으로 소개했다.

아울러 혁신파크가 서울시의 다양한 혁신정책과 민간이 만나는 첫 공간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였다. 입주기업들을 통해 시가 제시한 혁신 과제의 해법을 모색하고 입주단체들이 시에 원하는 것을 파악해 알려주는 등 중계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혁신파크의 담장을 허물고 녹지와 쉼터를 조성해 개방했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시민들과의 접점을 넓히는 노력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