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97> 팀 버튼의 성적표

입력 2016-11-22 18:43
팀 버튼 캐리커처

팀 버튼이 감독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개봉됐다. 그의 18번째 장편영화다. 버튼은 어둡고 유머러스하면서도 호러스러운 고딕 스타일의 작풍(作風)을 지닌 유니크한 영화감독이다. 열혈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많은 ‘컬트 리더’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품 모두를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명작이 있으면 태작(馱作)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미국의 권위 있는 연예지 버라이어티는 가장 최근작인 ‘미스 페레그린과∼’의 개봉에 맞춰 그것을 제외한 17편의 영화 전체를 대상으로 가장 형편없는 것부터 가장 괜찮은 것까지 성적표를 만들었다.

(17)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16)혹성탈출(2005) ⑮프랑켄위니(2012) ⑭배트맨 2(1991) ⑬빅 피쉬(2003) ⑫슬리피 할로우(1999) ⑪유령 신부(2005) ⑩빅 아이즈(2015) ⑨스위니 토드(2007) ⑧다크 섀도우(2012) ⑦화성침공(1996) ⑥배트맨(1989) ⑤피위의 대모험(1985) ④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③비틀쥬스(1988) ②가위손(1990) ①에드 우드(1994).

여기서 꼴등과 1등만 살펴보자. 우선 ‘이상한∼’는 겉보기에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다룬 동화지만 심층적으로 보면 어른들의 정신 나간 나르시시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다. 그러나 영화는 이 원작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반면 할리우드 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꼽히는 에드워드 우드를 다룬 ‘에드 우드’는 영화 만들기에 대한 버튼 자신의 진솔한 술회를 담았다. 에드 우드는 워낙 저예산 영화를 만들다보니 영화 같지도 않은 쓰레기 같은 것들을 만들었지만 그가 얼마나 순수하게 온 열정을 바쳐 영화를 만들었는지 버튼은 절절히 묘사한다. 특히 완전 몰락해 모르핀 중독에 빠진 왕년의 드라큘라 스타배우 벨라 루고시(마틴 랜도)와의 우정과 협업을 아름다운 패자들(beautiful losers)이 서로를 알아보고 이해하는 모습으로 그려내 감명을 준다.

버튼 영화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상영됐다. 각자가 매긴 버튼의 작품 성적과 버라이어티지의 성적표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