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버티기에… 분노한 시민들 “촛불 더 타오를 것”

입력 2016-11-22 04:18

“끝까지 가보자”며 시민들이 이번 주말에 열리는 촛불집회를 벼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를 전면 부정하고 청와대에서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분노가 고조되면서 오는 26일 열리는 5차 촛불집회는 역대 최대 규모 집회가 될 전망이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관계자는 “서울에서만 100만명이 몰린 지난 12일보다 더 많은 사람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21일 밝혔다. 참여연대는 서울에 최대 200만명까지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적으로 최대 300만명까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주최 측은 지난 12일 3차 집회 때 서울에 100만명, 지난 19일 4차 집회 때 전국적으로 95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당초 ‘박근혜 하야’였던 구호도 ‘박근혜 구속 수사’로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29)씨는 “검찰 조사 대상자가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조사를 거부하는 것은 쇼크 수준이다. 우리가 아직 지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러 또 광장에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모(29·여)씨는 “대국민 담화 때는 눈물을 흘리더니 이제 와서 검찰 조사를 안 받겠다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예상보다 훨씬 뻔뻔하게 나와 더 화가 난다. 이런 대통령이 있어 국민들이 꾸준히 집회에 나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은 촛불집회가 장기화돼도 괜찮다는 반응이다. 지난 19일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한 직장인 이모(30)씨는 “상황이 이런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 마치 영화 같다. 미동도 없는 대통령 때문에 다음주에 또 참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주 연속 촛불집회에 갔던 직장인 김새미(29·여)씨는 “매일매일 또 어떤 뉴스가 나올지 기다려진다”며 “이번 주말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야말로 100만 촛불집회의 원동력’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인터넷에서는 ‘일요일 삭제’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밤늦게까지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일요일 오후까지 늦잠을 자다 보니 일요일이 사라졌다는 뜻이다. 그래도 피곤한 기색보다는 ‘바뀔 때까지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더 크다.

경찰은 이번 주말엔 앞서 법원이 행진을 허가했던 사직로와 율곡로까지 집회 행진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100만명 이상 모인다면 율곡로까지는 열어줘야 그 인원이 들어가지 않겠느냐”며 “교통 사정을 고려해 율곡로 북쪽까지는 허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서울시·국민안전처 등과 협의해 시민들의 안전 대책을 강구하겠다고도 했다.

평일에도 크고 작은 집회와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학생 총궐기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각 대학에 동맹휴업을 제안하며 오는 25일 전국 캠퍼스에서 대학생 총궐기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오는 30일 동맹휴업에 나선다. 대학생모임인 ‘숨은주권찾기’도 24일 오후 7시부터 서울 강남역과 신촌역 등에서 ‘2차 동시다발 시위’를 열고 도심을 행진할 계획이다. 서울대 동문 7200여명은 21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박 대통령의 하야와 박 대통령에 대한 강제 수사를 촉구했다. 중앙대 동문 698명도 이날 “고 백남기 선배님의 이름으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한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1968년 중앙대에 입학한 백 농민은 유신철폐운동을 벌이다 제적당했다.











김판 이가현 오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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