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륜구동은 앞뒤로 나뉜 2개 차축을 함께 돌려 네 바퀴 모두로 차를 굴리는 방식이다. 비포장도로처럼 거친 길을 돌파하는 데 유리하고 눈·빗길을 달릴 때 미끄러짐이 적다. 네 바퀴가 저마다 힘을 주고 노면을 달리기 때문에 커브길에선 쏠림이 적다. 이런 자동차가 비교적 안정적인 국내 주행 환경에서 과연 필요할까 하는 반문이 무안할 정도로 사륜구동을 찾는 운전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언젠가부터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앞 다퉈 사륜구동 모델을 내놓고 그 선택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사륜구동 선호 현상은 디젤 엔진 모델과 마찬가지로 독일산 수입차의 인기와 맞물려 있다. 독일차 중에는 디젤 엔진과 사륜구동 기술을 적용한 모델이 많다. 그중에서도 BMW는 독자적 사륜구동 기술 ‘xDrive’(엑스드라이브)를 브랜드화하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는 BMW를 살 때 xDrive를 선택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한다. 지난해 국내 BMW 구매자의 xDrive 선택 비율은 40% 정도로 전 세계 평균(30%)보다 높았다.
BMW가 지능형 사륜구동이라고 설명하는 xDrive는 자동차가 스스로 주행 상황을 판단해 앞뒤 차축에 전달되는 힘의 비율을 0대 100부터 100대 0까지 0.1초 안에 전환·배분할 수 있는 기술이다. BMW는 스포츠액티비티차량(SAV)인 X시리즈 외에도 승용차인 1시리즈부터 7시리즈까지 모든 모델에 xDrive를 주축으로 한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SAV는 BMW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개념을 변형한 장르다.
BMW는 198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BMW 3시리즈 2세대인 325i에 사륜구동 기술을 처음 적용했다. 차량 앞에 배치된 엔진에서 뒷바퀴로 보내는 힘을 중간에서 앞바퀴로 나눠주는 트랜스퍼 케이스를 변속기 뒤에 달았다. 이 사륜구동은 앞·뒷바퀴의 구동력 배분 비율이 37대 63으로 고정된 방식이었다. 이 모델의 이름은 BMW 325iX로 바뀌었고 나중에는 325xi가 됐다.
1991년에는 5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개선된 사륜구동을 적용한 525ix 모델을 내놨다. 이 사륜구동은 각종 전자 장비가 주행 상황을 살피며 구동이 필요 없는 바퀴는 선택적으로 제동을 거는 방식이었다. 기본 36대 64인 앞·뒤 구동력 배분 비율이 주행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되면서 반응이 빠르고 정확해졌다.
1999년 발표된 첫 SAV 모델 X5에는 DSC(차체 자세 제어장치), ADB-X(자동 차등 제어장치), HDC(경사로 저속주행 장치) 등 전자제어 장치가 대거 적용됐다. HDC는 언덕 등 경사로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운전자가 맞춘 속도대로 내려갈 수 있게 한 기술이다. X5를 위해 개발된 이 사륜구동 기술은 이듬해 4세대 3시리즈에도 적용됐다.
지금의 xDrive가 등장한 건 2003년이다. BMW는 X5보다 작은 크기의 SAV인 X3를 처음 내놓으면서 새로운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를 선보였다. 이 xDrive는 각종 전자장비가 바퀴 회전 속도뿐만 아니라 운전대 각도, 액셀레이터 위치, 측방향 가속도 등 더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구동력을 제어했다. 엔진에서 나오는 힘은 기본적으로 뒷바퀴를 굴리면서 필요할 땐 모두 앞바퀴로 몰아줄 수 있게 했다.
2007년 첫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AC) 모델 X6을 내놓으면서는 뒷바퀴 중에서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동력을 전부 몰아줄 수 있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DPC) 기술을 추가로 탑재했다. 상황에 따라 바퀴 하나에 모든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후 xDrive는 2009년 출시된 액티브 하이브리드 X6를 통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과 결합했고, 지난해에는 뒷바퀴로 조향을 보조하는 기술이 더해져 6세대 7시리즈에 도입됐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똑소리 나는 사륜구동 xDrive … 구동력 알아서 앞뒤로 배분
입력 2016-11-23 0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