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신흥국 금융시장 후들… ‘트럼프 탠트럼’ 오나

입력 2016-11-22 00:02

신흥국 금융시장이 ‘트럼프 공포’에 떨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조짐마저 보인다. 2013년의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다만 실물경제 침체로 직결될지는 각 나라의 ‘기초체력’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있었던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달러 인덱스는 3.4% 상승해 100포인트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달러 인덱스는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달러 강세는 신흥국 통화가치 급락을 불러왔다. 특히 트럼프의 낙선을 바라던 멕시코는 대선 이후로 페소 가치가 12.7% 급락했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통화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5.25%로 인상하기도 했다. 환율이 폭등한 멕시코를 비롯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증시는 급락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도 동반 약세였다.

신흥국 금융시장 흐름을 나타내는 MSCI신흥국지수는 7% 가까이 떨어졌다. 신현성 국제결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주로 달러화로 돈을 빌려 자금을 융통해온 신흥국 기업들이 달러화 강세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연출하자 금융업계는 2013년의 ‘긴축 발작’을 떠올린다.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신흥국의 통화와 채권, 주식 등 금융시장이 한꺼번에 약세를 보이는 혼란이 초래됐었다. 1994년에도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를 갑작스레 올리면서 멕시코에 금융위기가 몰아닥쳤다.

그러나 현재 금융시장 흐름이 실물경제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국가별로 다르다. 전문가들은 중국 인도 러시아 등 대형 신흥국은 내수가 튼튼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수출 의존도가 높고, 외환보유액이 적으며, 외채가 많은 나머지 신흥국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한다. 김권식 국제금융센터 신흥국팀장은 “미국과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멕시코 대만 등과 외채가 많은 말레이시아가 취약한 곳으로 주로 거론된다”면서 “이들에 비하면 우리나라 지표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상황은 2013년의 긴축 발작과 비교해 충분히 예상된 것이라 양상이 다르다”면서도 “어쨌든 신흥국 실물경기가 영향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