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62) 독일 총리가 내년 9월 총선에서 4선 연임에 도전한다고 선언했다.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20일(현지시간) 메르켈이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결심 막판까지 끊임없이 고심했다. 독일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메르켈은 최근 반난민 기류와 극우정당의 득세로 지지율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소속당인 기독민주당(CDU) 내에서도 메르켈 외 대안이 없다는 여론이 많다. 특히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메르켈이 ‘서구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지 주간 빌트 암 존탁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메르켈의 4선 연임을 바라는 독일인은 55%로 반대(39%)를 크게 앞섰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메르켈은 스스로도 “이번 총선이 1990년 통일 후 어떤 선거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독일 사회가 양극화됐다”고 지적하며 “좌우로부터 공격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창당 3년 만에 주의회 선거에서 16개주 중 베를린을 포함한 10개주에 입성한 점도 방심할 수 없는 이유다.
메르켈은 21일 현재 11년간 총리직을 수행해 임기 1년을 남겨뒀다. 독일에는 총리직 임기 제한이 없다. 내년 연임에 성공해 4년 임기를 모두 채우면 16년을 집권하게 된다. 이는 메르켈의 정치적 멘토이자 통일 시대를 연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역대 최장수 재임기록과 같은 것이다. 내년 임기만 마쳐도 영국 마거릿 대처 재임 기간인 11년7개월을 넘어서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된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4선 연임 도전 선언한 메르켈 “어떤 선거보다 어려울 것”
입력 2016-11-22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