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 참여한 박태환(27) 등 선수들이 대한수영연맹의 지원 없이 자비로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5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포기 종용을 받은 박태환은 여전히 외부지원 없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다.
21일 연맹에 따르면 박태환과 이호준 양준혁 이주호 김재우 등 경영 국가대표 5명과 싱크로나이즈의 이리영, 각 종목 지도자, 매니저 등 14명은 17일부터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 대회에 자비를 들여 참가했다. 경비는 1인당 200만원 내외로 총 30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사실상 단기필마로 나선 것은 연맹의 재정난 때문이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통상 국제선수권대회에 참여하려면 선수단에 1억원 가까이 비용이 드는데 재정난으로 이번 아시아선수권에는 선수 파견계획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태환 등 선수들은 연맹 측에 ‘자비를 들여서라도 참가하겠다’며 대회 파견을 요청했고 연맹은 리우올림픽 수영국가대표 강화훈련자 46명(경영 22명·수구 13명·다이빙 11명·싱크로 3명)을 대상으로 대회참가 접수를 받았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박태환은 20일 막을 내린 대회에서 남자 자유형 100·200·400·1500m 금메달을 차지했고 후배들과 함께 한 남자계영 400m 결승에서는 동메달을 획득했다.
공교롭게 수영연맹의 열악한 상황에도 김종 전 차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올해 초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주도했는데 가장 반대가 심했던 곳이 대한수영연맹이었다. 연맹의 전무이사 등 일부 임원은 이후 스포츠 4대악 수사에 걸려 구속됐고 이기흥 수영연맹 회장은 이 사건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수영연맹은 대한체육회 이사회를 통해 관리단체로 지정됐고, 문체부의 보조금 지원도 중단됐다. 아직까지 연맹 회장 등 신임집행부가 선출되지 않아 자칫 선수들의 자비 출전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박태환의 비애… ‘김종 농단’ 이어 자비로 출전
입력 2016-11-21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