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8대 그룹 총수들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국정조사 증인으로 대거 채택했다. 관련 의혹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차은택 고영태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안종범 전 경제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조원동 전 경제수석,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증인 명단에 올랐다.
국회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여야 3당 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이완영·더불어민주당 박범계·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주요 증인 21명에 대한 채택에 잠정 합의했다. 재계 인사 다수가 불려 나왔던 1988년 ‘5공 청문회’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7월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8대 그룹 총수가 모두 포함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까지 총 10명이 재계 인사다.
여야는 다음달 5일 1차 청문회를 시작으로 6일(2차), 13일(3차), 14일(4차) 등 총 네 차례의 청문회를 우선 열기로 했다. 1차 청문회에는 기업 증인들, 2차 청문회에는 최순실씨 등 핵심 연루자와 전직 공직자들의 출석이 예상된다. 청와대 비서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주요 유관기관에 대해서도 오는 30일과 다음달 14일 두 차례 기관보고를 받기로 했다. 박 대통령 대리 처방 의혹과 관련해 차움병원, 김영재의원, 강남보건소 등 세 곳도 현장방문할 예정이다.
정·재계 거물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이들의 출석 여부가 국조특위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과거 주요 국정조사 때마다 재판 또는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일은 빈번했다. 여야는 이를 막기 위해 이번 조사계획서에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을 포함한 국조 관계자들은 불출석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권 등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검찰에 고발하거나 국회 모욕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전망이다.
하지만 국회 증인 불출석에 대한 실제 처벌수위가 미약해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관련 고발 건에 대해 그동안 검찰은 대다수 불기소 처분이나 약식기소에 그쳤다. 이미 구속수사 중인 주요 연루자들은 예상되는 형량이 적지 않아 추가 처벌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국조 일정과 증인명단을 포함한 합의사항을 당초 이날 제2차 국조특위 전체위원회에서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준비 문제로 연기했다.
글=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대통령 빼고 다 불러내 ‘국정농단 실체’ 파헤친다
입력 2016-11-21 18:15 수정 2016-11-21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