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1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며 “헌법적인 절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에 대해선 “그것도 헌법적 절차의 하나”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 시절 진행된 일부 검찰 수사가 이 전 대통령 측을 겨냥한 것이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었다.
이 전 대통령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1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김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떻게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라며 “아마 시위에 나온 사람이나 나오지 않은 사람들도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뜻을 잘 받아들였으면 좋겠고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까지 왔고 또 민주주의 국가”라며 “가슴이 답답하지만 헌법적인 절차가 중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헌법적 절차’ 중 하나로 탄핵을 거론했지만 ‘박 대통령이 하야(下野)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만난 자리에선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그리워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 본인도 재임 1년차인 2008년 6월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청와대 뒷산에서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진 ‘아침이슬’을 들으며 자신을 책망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나는 직접 그렇게 한 말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MB “이렇게 부끄러운 일이… 헌법적인 절차가 중요”
입력 2016-11-21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