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조류 인플루엔자(AI)보다 더 독하고 확산 속도도 빨라 ‘고고(高高)병원성’으로 불리는 ‘H5N6형’ AI가 퍼지면서 방역 당국과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는 2014년 이후 최근까지 중국에서 같은 형의 AI에 감염된 9명이 숨졌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21일 당국에 따르면 이번 AI는 의심 신고가 접수되는 기간이 더 짧아지는 등 2003년 이후 지난 9월까지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H5N1형이나 H5N8형보다 확산세가 빠르다. 특히 예년과 달리 올해는 동시다발적으로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 16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용촌리의 한 농가가 처음 AI 의심신고를 했고, 다음날 AI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난 19일에는 용촌리 농가에서 30㎞ 떨어진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내 농가 40마리의 오리가 폐사했다고 신고했다. 이어 하루 만인 20일에는 확진 농가에서 반경 3㎞ 안쪽 두 농장주가 각각 40마리, 15마리의 오리가 죽었다고 신고했다.
전남에서도 해남의 산란계 농장이 AI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무안의 오리 사육 농가가 의심신고를 했다.
경기·전북지역에서도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경기도는 양주시 백석읍 가업리 한 양계농장에서 간이검사 결과 AI 양성판정이 나와 닭 1만5000마리를 도살 처분했다고 이날 밝혔다. 또 전북 김제시 오리농가에서 폐사한 오리의 가검물 정밀검사 결과 H5 항원 양성 반응이 나왔다.
작년의 경우에는 2월 21일 충북 음성에서 H5N8형 AI가 발생한 이후 의심신고가 다시 접수된 것은 첫 발생 이후 19일 만인 3월 12일이었다.
올해 AI는 폐사율도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상 증상이 나타난 뒤 며칠이 지나서 폐사 신고가 들어왔던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하루아침에 수십 마리에서 수백 마리가 죽는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당국은 야생 철새를 주요 감염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새가 서해안 일대 하천을 따라 이동하면서 가는 곳마다 AI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발생한 지자체는 방역 지침에 따라 발생 농장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등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경 500m를 발생지역, 3㎞를 보호지역, 10㎞를 예찰지역으로 정해 가금류 이동도 제한하고 있다.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인체 전파 여부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유행했던 H5N1형 등은 인체 전파 사례가 없었던 반면 최근 확산되고 있는 H5N6형의 경우 중국 홍콩 이집트 등지에선 사람에게 전파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AI 유행 지역에서 닭, 오리 같은 가금류와 접촉한 뒤 발열, 기침, 목통증 등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관할 보건소 또는 국번 없이 1339로 신고하라”고 권고했다. 또 “닭·오리고기를 충분히 가열해 조리하면 감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세종=유성열 기자, 양주=김연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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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고 빠르고 동시다발… ‘高高병원성’ AI 비상
입력 2016-11-21 17:33 수정 2016-11-22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