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맛있게 먹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 쪽지로 짜장면 배달원 울린 주인공

입력 2016-11-21 20:59
감사 편지로 짜장면 배달원을 울린 김시언 양(가운데)과 어머니 정혜진 사모, 아버지 김병곤 목사. 한국성결신문 제공
감사 편지로 짜장면 배달원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던 김시언(13) 양은 한 목회자 부부가 가슴으로 낳은 딸이다. 시언양은 대전 즐거운교회 김병곤(50) 목사와 정혜진(49) 사모가 2004년 공개 입양했다.

지난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직은 세상 살 만하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중국집 배달원. 그는 어느 집에 짜장면을 배달한 뒤 그릇을 수거하러 갔는데 깨끗이 닦인 그릇과 함께 1000원짜리 지폐 한 장과 쪽지가 있었다고 했다(작은 사진).

시언양이 쓴 쪽지에는 “저희가 밥을 따뜻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직장을 잃고 배달원이 된 그는 한 시간 동안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 사연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전해져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따뜻한 세상’ 캠페인의 미담 사례로 선정해 지난 9일 시언양과 아버지에게 고급 점퍼를 선물했다. 이때 시언양은 네파 관계자들의 마음을 또 한번 울렸다. 점퍼 두 벌 중에 한 벌은 배달원에게 드리고 싶다고 한 것이다.

정 사모는 “아이를 입양한 해에 교회를 개척하면서 제대로 보살펴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성도는 제가 돌볼 테니 우리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책임져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렇게 기특하게 자란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김 목사와 정 사모는 결혼 전부터 1명은 낳고 1명은 입양하자고 약속했다. 결혼 7년 반만에 어렵게 아들 주언(중3) 군을 낳은 부부는 3년 후 시언양을 입양했다. 공부보다는 가족과 인성을 중시하며 사랑으로 키웠다.

목회자인 아버지를 생각하는 시언양의 또 다른 편지도 감동이었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건넨 편지 안에는 이런 메모와 함께 종이가 들어 있었다. “아빠, 이건 ‘감정 쓰레기통’이에요. 여기에 힘든 일 모두 적어서 버리세요. 아빠는 목사님이라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런 감정을 남모르게 버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 사모는 3년째 한국입양홍보회 반편견입양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 애가 반 친구들에게 입양 사실을 말했는데 ‘그럼 넌 고아야?’ ‘너네 엄마는 가짜야?’라고 하더래요.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입양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고, 좀 알려주라는 거에요.” 이후 정 사모는 아이 학교 전교생을 상대로 교육했고 입양에 대한 편견을 줄이기 위한 일에도 뛰어들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