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이라는 개념, 이제는 꽤 익숙합니다. 다수가 자금을 모아 문화예술·사회공헌 등의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는 방식을 말하죠. 최근 영화계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기다리는 예비관객들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A :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엔딩크레디트에서 수십∼수백여명의 이름이 줄줄이 적힌 후원자 명단을 본 적 있을 겁니다. 지난해 600만 흥행을 거둔 ‘연평해전’의 경우 무려 7000여명의 이름이 포함됐었죠. 이들이 바로 해당 영화의 크라우드펀딩에 동참한 투자자들입니다.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는 영화의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질적인 참여율도 높아지고 있고요. 일례로 지난 2월 개봉한 ‘귀향’은 제작비의 절반가량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한 7만5270명이 마음을 모아 11억6000여만원을 마련했죠.
최근작들도 여럿 눈에 띕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은 4억3700여만원(1만7261명 참여)의 시민 후원금을 모았습니다. 원전 재난을 소재로 한 ‘판도라’는 2주 만에 목표액 7억원(410명 참여)을 달성했죠. 경찰 불법체포로 살인누명을 쓴 피의자의 실화를 그린 ‘재심’과 1980년대 거대 권력에 대항하는 가장의 이야기 ‘보통사람’ 등이 현재 투자모금을 진행 중입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크라우드펀딩에는 후원형과 증권형 두 종류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증권형이 대부분인데요. 단순히 작품을 후원하는 개념을 넘어 추후 발생하는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작품 당 10만∼200만원을 투자할 수 있는데, 수익률은 흥행 성적이 좋을수록 높아집니다. 물론 흥행이 안 되면 손실을 입게 되죠.
그럼, 제작사가 크라우드펀딩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요? 작품 규모에 따라 주목적이 다릅니다. 저예산영화는 제작과 함께 펀딩을 진행하면서 투자금을 모으고 부수적으로 홍보 효과를 얻습니다. 반면 대형영화는 돈보다는 마케팅 활용 목적이 큽니다. 영화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도를 높일 수 있으니 든든한 지원군을 얻는 셈이지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 입장에서는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늘어났다는 이점이 있다”며 “더불어 문화예술 콘텐츠 분야의 투자 영역이 일반인들에게 확장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건 단순히 금전적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제작에 직접 참여했다는 뿌듯함이 큽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본 영화가 무사히 완성돼 스크린에 걸리고 그 엔딩크레디트에 본인 이름이 오르는 일은 적잖이 영광스러울 듯합니다.
사회적이거나 역사적인 메시지를 담은 영화의 투자율이 높은 것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간접적인 의사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본인이 세상을 향해 내고자 하는 목소리를 영화로 대신 표출하는 것일 테니 말이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관객이 만드는 영화”… 크라우드펀딩 봇물
입력 2016-11-23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