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이란 시장 크고 노동력 젊어… 한국에 매력적 투자처”

입력 2016-11-22 17:34 수정 2016-11-22 21:28
한·이란 상공회의소 호세인 탄허이 회장은 한국과 이란이 경제·문화적으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것이 많다고 한다. 특히 땅덩어리 넓고 자원이 많은 이란에 한국이 진출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헤란 시내 재래시장의 페르시아산 카펫 상가 골목. 외국 관광객들이 찾기는 하지만 경기가 그리 좋지는 않다.
이란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월 오랜 줄다리기 끝에 이란과 P5+1(미·영·프·러·중+독)이 핵협상을 타결한 뒤 국제사회가 경제제재를 풀었기 때문이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다. 미국이 사실상 금융제재를 풀지 않아서다. 하지만 유럽이나 중국은 제재 이후 개방된 경제를 선점하려고 이란에 달려드는 형국이다. 이란 인구 8000만명에 인접국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시장 규모다.

한·이란 상공회의소 호세인 탄허이(Hossein Tanhaee) 회장은 이란과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라고 했다. 그래서 양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경제·문화 등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분야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땅덩어리가 넓고 자원이 풍부해 한국의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초청으로 이뤄진 교류 프로그램에 참가, 지난 8일(현지시간) 테헤란 상공회의소에서 탄허이 회장을 만났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풀렸다. 그동안 경제상황이 어땠었나. 제재 해제 이후 무엇이 변화됐는가.

“10여년 동안 제재가 심해 경제 사정이 너무 어려웠다. 필요한 것들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했다. 돈이 돌지 않았다. 그래도 러시아 중국 인도 한국 등이 석유를 사주고 해서 도움이 됐다. 핵협상 타결 이후, 특히 유럽이 이란에 관심을 많이 두기 시작했다. 전에는 유럽 국가들이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통해 거래했는데 이제는 이란 시장에 직접 참여를 원한다. 예를 들어 유럽 생산 차가 중동 제3국을 통해 수입됐는데 이젠 직접 수입되기도 한다. 더 많은 유럽·이란 간 교역이 있을 것으로 본다.”

-외국의 직접투자가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맞다. 정부의 경제 전략도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여기에 외국 기업이 직접 들어와서 투자하고 생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수입 완제품에는 관세를 계속 올리고 있다. 대신 국내 투자 및 직접 생산에는 여러 가지 지원을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서방국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한다. 왜 그런가.

“아직 미국의 금융제재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 그러니 달러 결제가 잘 안 된다. 거래가 원활히 안 되는 이유다. 게다가 섣불리 거래했다가 미국으로부터 페널티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이란 국내법이 투명하게 정비돼야 하는 문제도 있다.”

-제재 해제 이후 일반 국민은 그다지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데.

“일단 생산자나 투자자들이 이곳에 와서 일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지금까지 이란이 원유를 팔았지만 큰돈을 벌지 못했다. 많은 제재가 있었고 (국제적 압력의 일환으로) 원유값이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란에 돈이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이 빨리 (금융제재 완전 해제 등)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그것이 완전히 풀리면 이란에 투자가 많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과의 교류는 어떤가. 양국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한국은 비중 있는 파트너다. LG 삼성 SK 등 여러 기업이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LG는 27년간 이란 국민에게 신뢰를 쌓았다. SK는 자체 교육을 통해 근로자의 70%를 현지 채용하고 있다. 한국이 이란에 자동차, IT, 가전제품을 많이 수출하고 있다. 기술 이전도 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더 많은 합작투자를 하고 특히 자동차 같은 분야에서 생산과 기술이전 등에 대해 협조하면 좋겠다. 지금 정부도 한국으로부터 완제품 수입보다는 이란에서의 직접 생산을 권장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이나 화장품 분야도 한국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란 사람들을 한국에 보내 기술을 배우도록 할 수도 있다. 특히 이란은 나라가 크고 사막도 넓어 물이 부족하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한국은 페르시아만의 해수를 담수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원유 말고도 자원이 풍부하다. 원재료를 많이 수출할 수 있다. 과일이나 견과류 등 농산품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땅이 넓은 이란에서 자원 탐사도 한국의 기술이 기여할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한국과의 교류 확대에 있어 걸림돌이 있는가.

“가장 큰 문제가 양국 간 은행거래다. 신용장 개설이 국제 비즈니스의 기본인데 이란에서 아직 개설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을 방문해 직접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사실상 된 게 없다. 일부 대기업은 이란과 오래 거래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어 할 수 있는데, 중소기업들은 이란 회사가 제품을 사려해도 팔지 않는다. 은행들이 아직 준비가 안 됐고, 기업들은 제재로 인한 벌칙과 불이익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 투자하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해 보인다.

“인프라에 대한 문제를 인정한다. 정부가 많이 신경 쓰고 있다. 테헤란 주변에 산업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땅이 널려 있다. 투자자들에게 싸게, 어떤 경우는 거의 무료로 줄 수도 있다. 또 하나 문제는 이란법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다. 외국 기업들은 이란 국내법이 (국제 기준에 맞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지 못해 선뜻 나서기를 꺼려한다고 한다. 우리 상공회의소가 산업, 투자, 관광 등 9개 분야 위원회를 만들어 그런 문제를 해소하려고 노력 중이다. 인플레이션 문제도 심각한데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란은 30대 이하가 절반이 넘는 젊은 나라다. 양질의 값싼 노동력이 준비돼 있다. 노동임금이 중국보다도 싼 편이다. 노동과 관련해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정부가 적극 해결해 줄 것이다. 아마 (미국의) 금융제재도 6개월 안에 완전히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 불확실성이 점점 없어지면서 국제사회와 경제교역이 확대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투자가 들어오기를 희망한다.”

-경제교역 규모가 확대되고 정상화되면 한·이란 FTA 체결은 어떤가.

“이란 시장을 단순히 8000만명(이란 인구)으로 보면 안 된다. 이란과 국경을 직접 맞대고 있는 나라가 7개국이고, 교역이 활발한 나라까지 합치면 10여개국이다. 그 교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란에 수출하면 최대 4억∼6억명 시장에 수출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도 그런 전략을 갖고 있다. 시리아, 터키 등 주위 국가와 관세 관련 협정을 맺고 있다. 이란 산업부 장관이 한국무역진흥공사와 만나 한·이란 FTA 체결을 빨리해 관세 조절을 하자는 얘기도 오갔다.”

■빈부 격차 '하늘과 땅'… 교통 인프라 투자 못해 혼잡 극심

이란 테헤란의 풍경은 한국의 1970년대 초반과 아주 비슷하다. 곳곳의 환전소와 암달러상, 재래시장과 인근 재개발된 쇼핑센터의 공존, 시장에서 성업 중인 리어카 운반, 차선과 신호등을 무시하는 교통 무질서…. 고대에 문명세계를 제패했던 페르시아 왕국, 근대에는 중동 지역에서 한때 중심 역할도 했던 강국, 그러나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국제사회와 멀어진 데다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서방국들의 제재로 경제는 피폐해졌다.

중동의 파리라고까지 불렸던 테헤란. 부자들은 그때의 욕망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부자들이 사는 모습이나 그들이 하는 파티는 상상을 넘을 정도로 화려하다고 김승호 주이란 대사는 전한다. 그들의 별장은 카스피해나 지중해, 유럽 나라들에 있다. 반면 시내 곳곳에는 조악한 공산품이나 공예품, 서민들의 식당이 즐비하다. 일할 곳이 없어 한낮에도 곳곳에 실업자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본다.

환율은 1달러에 3만5000리알, 그러니 시장에서 생필품을 사고팔 때도 단위가 어지럽다. 일반인들은 0을 하나 뗀 비공식적인 화폐단위 '도만'을 사용해 거래를 한다. 시장에서 표기와 거래는 도만으로 하고 돈은 리알로 주고받는 기이한 구조다. 사실상 두 개의 화폐 단위가 존재하는 것이다. 제재 이전에는 1대 1만 리알 정도였다. 제재가 심해져 달러가 유입되지 않았고, 2005년 당선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인기영합주의로 돈을 마구 찍어냈다고 한다. 30%의 물가상승률을 보였고 실업률도 치솟았다. 달러도 공식 시세와 암시장 시세가 다르다. 그래서 제재 해제 이후 경제가 지금보다 정상화된다면 이란 화폐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이도 많다.

가장 성업 중인 것은 은행이다. 거의 두세 건물 건너 하나씩 은행이 보일 정도다. 몇 년 전에는 은행 이자가 30%까지 갔다. 말이 은행이지 사실상 사채업이다. 개혁 성향의 현재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들어서 20% 정도로 내렸다.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수도 테헤란 인구는 1500만명인데 도로 등 교통 인프라는 200만명 때의 것 그대로다. 교통 혼잡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다. 차로 10분 거리가 1시간3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동차 매연으로 인한 테헤란 스모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슬람 혁명 이후 투자를 적절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슬람 전통에 따라 금요일이 휴일이고, 전날인 목요일도 쉰다. 그러니 토·일요일을 쉬는 국제사회와 거래를 하게 되면 목·금·토·일요일 4일 동안 소통 단절이 생기기 일쑤다. 정부가 금·토요일로 휴일을 바꿔 하루라도 겹치게 하려는데 잘 안된다고 한다. 성직자들이나 이에 익숙한 국민들의 반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테헤란=글·사진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