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로 피의자 신분이 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하나로 압축됐다. 검찰의 직접 조사를 거부한 청와대가 헌법상·법률상 대통령의 책임 유무를 명확하게 가릴 수 있는 절차를 따르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탄핵을 통해 법적 책임을 다퉈보자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야권도 21일 국회의 탄핵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단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는 충족됐다는 게 헌법학계와 법조계의 지배적 견해다. 대통령이 최씨 및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공모해 범죄행위에 관여했다는 수사 결과와 헌법유린만으로도 탄핵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2선 후퇴와 거국내각을 통한 질서 있는 퇴진을 요구해 왔던 야당들도 탄핵 외에는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 그간 탄핵 카드에 신중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탄핵 추진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국민의당 역시 탄핵 발의를 당론으로 정했다. 또한 새누리당 비박계에서도 탄핵 찬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를 토대로 탄핵소추에 필요한 국회 의결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 이상)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술적으로는 야3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합한 171명에 새누리당에서 29명만 이탈하면 가능하다.
이처럼 박 대통령에 대한 사유가 충분하고, 청와대가 헌법으로 결판을 내자고 요구했으며, 야권도 발의를 하겠다고 나섰으니 탄핵을 둘러싼 3가지 요건은 갖춰진 셈이다.
하지만 국회에서 의결돼도 탄핵소추안은 최장 180일 동안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을 거쳐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개월 남짓 걸렸다. 여기에 내년 1월과 3월 헌법재판소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난다. 대통령이 임명을 미루거나 정치권과의 갈등으로 임명이 지연되면 심판이 상당히 늦어질 수 있다.
이리 되면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혼돈 상태를, 그것도 장기간 겪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국민 삶이 피폐해지고 나라 경제와 안보는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과 야권이 정국 수습책으로 탄핵에 동의했다면 국정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우선 국회가 탄핵 절차를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내년 1월 31일 이전에 헌재 심판까지 나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봐야 한다는 이른바 ‘속전속결 탄핵론’이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 방식을 검토해볼 만하다. 아울러 대통령은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하면 바로 임명해 국정을 총괄토록 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이 반대하는 현 내각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사설] 대통령 탄핵 절차 신속히 진행하라
입력 2016-11-21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