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불명확한 해명이 정국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은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제안과 관련,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제조건 없는 국회 추천 총리를 약속했는데 야당이 퇴진을 전제로 달았다는 의미다. 야당은 ‘약속 철회’라며 반발했다. 정 대변인은 한 시간여 뒤 “입장 변화는 없다”고 해명했다. 불명확한 화법을 통해 총리 추천 여부를 놓고 갈등 중인 야권의 틈새를 자극한 것이다.
불명확한 화법은 이것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박 대통령이 관저에서 정상 업무를 봤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공식 보고라인에 있었느냐에 대해선 함구했다. 박 대통령을 직접 본 참모는 아무도 없었다. 왜 본관이 아닌 관저에 있었는지도 해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진짜 책임은 오보에 따른 혼돈”이라고 했다. ‘여성으로서의 사생활 존중’에 이어 ‘언론 오보’를 핑계로 피해간 것이다. 또 박 대통령의 변호인은 지난 20일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특검법은 재가하지만 향후 특검의 중립성을 이유로 특검 임명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청와대는 불명확한 화법을 통해 선택지를 넓혀놓겠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시간 끌기를 통해 탄핵 정국 장기화를 노린다는 게 야권의 해석이다. 청와대의 ‘상황 변화’ 언급이 탄핵 정국에서 책임총리 대신 황교안 현 총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중립적 특검’이라는 표현도 특검 수사 일정을 지연시키겠다는 전략이 아니길 바란다.
청와대의 뜻대로 정국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의 검찰 조사 거부로 민심은 훨씬 악화됐다. 시간 끌기로 잠재우기엔 민심의 분노가 너무 크다. ‘촛불은 바람이 불면 다 꺼질 것’이라는 한 친박 의원의 바람대로 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박 대통령이 다시 한번 국민 앞에 나서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불명확한 화법으로 혼란을 더욱 부채질 하기 보다는 대통령의 직접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금에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대통령과 청와대는 결자해지 해야 한다.
[사설] 혼돈 부추기는 청와대의 불명확한 해명
입력 2016-11-21 1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