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디아 고, 스톱”… 전인지 ‘최저타’ 뒤집기

입력 2016-11-21 18:10
전인지가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극적으로 평균 최저타수 1위에 오른 뒤 베어트로피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 전인지는 38년 만에 데뷔 시즌 신인왕과 베어트로피를 함께 따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LPGA 홈페이지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지막 대회에서 극적으로 평균 최저타수상을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다만 올 시즌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태극낭자들은 아쉬움 속에서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마지막 홀에서 리디아 고 따돌린 전인지

전인지는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40야드)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버디 5개와 보기 1개, 더블 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전인지는 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전인지는 이날 경기 전까지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9·뉴질랜드)와 같은 11언더파를 기록하며 평균 최저타수 2위에 올라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을 노렸다. 첫 홀에서 버디에 성공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그런데 3번홀(파4)에서 더블 보기를 범한데 이어 9번홀(파4)에서도 보기에 그쳐 9언더파까지 떨어졌다. 반면 전반에 3타를 잃으며 주춤한 리디아 고는 후반 시작과 함께 3연속 버디에 성공하며 까먹었던 타수를 회복했다. 16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추가해 최저타수상은 리디아 고가 차지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전인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13번홀(파4)에서 버디를 따내며 역전의 시동을 건 전인지는 16, 17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추가하며 턱밑까지 쫓아갔다. 하늘이 전인지의 편이었는지 잘 치던 리디아 고가 17번홀(파5)에서 보기를 범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파4). 먼저 그린에 나선 리디아 고가 5m짜리 버디를 놓치며 전인지에게 기회가 왔다. 전인지가 버디를 성공하면 역전할 수 있는 상황. 전인지는 약 3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게 전인지는 올 시즌 18홀 평균 69.583타를 기록하며 리디아 고(69.596타)를 근소한 차로 제치고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어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올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전인지는 베어트로피까지 거머쥐며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8년만에 신인왕과 베어트로피를 함께 따낸 선수가 됐다. 또 올 시즌 세계랭킹 3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전인지는 “신인상 연설보다 최저타수상이 걸린 마지막 홀 버디 퍼트가 더 떨렸다”면서 “최저타수상이 또 다른 도전을 가져다줄 것 같다.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해 전설에 버금가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반면 리디아 고는 시즌 초 4승을 챙기며 독주하는 듯 했지만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이후 급속하게 내리막을 겪으며 올 시즌 무관에 그쳤다. 세계랭킹 1위를 지킨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반면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21)은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4위로 경기를 마친 주타누간은 리디아 고를 제치고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CME 글로브 포인트 1위에게 주어지는 100만 달러의 보너스까지 챙겼다.

올 시즌 불운에 시달렸던 태극낭자 군단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은 올 시즌 9승을 합작했지만 4년 연속 두자릿 수 우승에는 실패했다.

태극낭자 군단은 시즌 초반 잘 나갔다. 올 시즌 개막전인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김효주(21·롯데)가 우승하는 등 3월 중순까지 열린 6개 대회에서 4개 트로피를 싹쓸이했다.

그런데 곧바로 싱가포르에서 일명 ‘공항 가방 사건’이 발생하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전까지 2개 대회에서 우승한 장하나(24·BC카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입원했고, 전인지도 엉덩이뼈 부상으로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5승을 따낸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손가락 부상으로 단 한 개의 트로피도 가져오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하지만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7승을 쓸어 담은 박성현(23·넵스)이 가세한다. 또 박인비도 내년 2월 복귀를 목표로 재활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