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나라’ 태국에 첫 기독 프로축구팀 뜬다

입력 2016-11-21 20:52
오 선교사가 태국 파타야에 세운 '할렐루야 선교센터' 전경과 훈련생들. 할렐루야 선교센터 제공
오 선교사가 태국 파타야에 세운 '할렐루야 선교센터' 전경과 훈련생들. 할렐루야 선교센터 제공
오필환 선교사는 "축구는 매개체이며 사람은 성경 말씀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불교국’ 태국에 현지 기독교인으로 구성된 프로축구팀이 생긴다. 총감독은 한국 최초의 프로축구팀 할렐루야의 원년 멤버 오필환(58) 선수다. 그는 1980∼90년 선수로 활약하다 은퇴한 뒤 선교사로 변신해 태국으로 떠났다. 가난한 동네 아이들을 모아 축구를 가르치며 복음을 전했다. 그로부터 25년째인 내년 3월, 태국 프로축구 2부 리그에서 ‘할렐루야 파타야 FC’라는 이름으로 팀을 결성한다. 선수들은 대부분 그의 ‘제자’들이다. 태국 파타야에서 청소년 축구팀 ‘할렐루야 선교센터’를 운영중인 오 선교사를 지난 15일 서울 강동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프로축구팀 제안이 들어온 것은 지난달이었어요. 태국은 프로팀이 활성화돼 있어 18개가 있습니다. 2부 리그도 18개인데 그중 파타야에 근거지를 둔 프로팀이 우리와 함께 하자고 제안했어요.”

오 선교사는 이 제안에 두 가지 조건을 걸었다. 팀 이름에 ‘할렐루야’를 넣어 줄 것, 그리고 감독과 코치, 선수 선발을 위임해 줄 것. 그의 조건은 받아들여졌고 선수들은 100% 오 선교사가 양육한 선수들로 채워졌다.

오 선교사가 태국에서 축구 선교를 시작한 것은 93년부터다. 방센이란 지역에서 ‘할렐루야 선교센터’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일종의 청소년 합숙 축구팀이었다. 그해 20명의 초등학교 졸업생을 선발했다.

“가난한 아이들을 많이 뽑았어요. 복음의 새 소망을 주면서 멋진 성인으로 키워내자고 생각했지요. 태국의 시골 아이들은 술과 마약으로 인생을 허비합니다. 거기서 구해주고 싶었어요.”

오 선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매일 새벽기도와 수요예배, 성경공부를 했고 열심히 축구를 가르쳤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단 한 번도 야단을 치지 않았다. 아이들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이다. 선교사로 오기 전 서울 신림동 남서울중학교에서 2년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정광민, 안정환 선수 등이 당시 제자였다.

“아이들은 칭찬만 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더 좋아하고 열심히 하더군요. 아흔 아홉 개를 못하더라도 한 가지 잘 하는 게 보이면 그 점을 칭찬했어요.”

소년들의 기량은 급속도로 좋아졌고 작은 시골 팀이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어느 해는 1년에 세 번을 연속 우승하면서 축구 명문으로 떠올랐다. 이렇게 해서 센터를 거쳐 간 현지인 선수는 400여명에 이른다. 프로팀 선수로 30명이 입단했고 국가 대표 선수도 3명을 배출했다. 센터에 올 때는 복음을 전혀 몰랐다가 졸업할 때는 100% 신자가 됐다. 센터가 배출한 청소년들은 지금은 군인 은행원 교사 목회자 등으로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다.

기적 같은 일들도 많았다. 사역 4년 차엔 훈련생 중 한 학생이 감전 사고를 당했다. 병원에서는 사망 진단을 내렸으나 오 선교사와 훈련생들의 기도로 살아났다. 벤이라는 아이는 뇌 손상 우려에도 꾸준히 회복돼 나중엔 태국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됐다.

98년엔 전국체전에 참여해 준우승까지 올랐다. 전 경기마다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냈고 골을 넣으면 감사의 기도 세리머니를 펼쳤다. 태국 TV 화면은 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비췄다. 결승전 경기에선 오 선교사를 잘 아는 TV방송 해설자가 오 선교사를 소개하면서 기독교 복음을 간접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오 선교사는 축구는 매개체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성경 말씀입니다. 할렐루야 팀 시절 매일 저녁 집회에 참석하면서 말씀이 저를 변화시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선교는 삶입니다. 말이 아닙니다. 삶이 따라오지 않으면 현지인들도 변하지 않습니다.”

오 선교사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 파송 선교사로 2004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