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빠르게 성장했다. 삼성동 임대 빌딩은 2000명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어서 30분 간격으로 주일 예배를 5차례 나눠 드렸다. 예배를 마칠 때마다 나가고 들어오는 성도들로 교회가 북새통을 이루니 혼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빌려 쓰던 빌딩을 3년 만에 구입한 데 이어 4층 건물을 예배실로 꾸미고 TV중계로 예배를 드렸다. 그런 가운데 교인들 사이에서 교회를 새로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내 귀에까지 들어오게 됐다. 나는 예배당을 짓는 데 별로 관심이 없었다. 혼잡함은 견딜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한 교회의 담임 목사이기에 교인들에게 불편을 드려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교인들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교인 중에 재정적으로 형편이 넉넉한 분은 거의 없었다. 그 와중에 ‘갈보리교회에 나가면 세무사찰을 한다’는 소문에 사업하시는 성도 가정 일부는 교회를 옮기는 일도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예배당 건축헌금 문제로 교인들이 시험에 들어서는 절대 안 되겠기에 이렇게 광고했다. “여러분의 간절한 바람으로 예배당을 신축키로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예배당 건축보다 여러분이 신앙생활을 바르게 하는 데 더 관심이 큽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조금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저 성령님이 지시하시는 대로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면 예배당은 건축되리라 믿습니다.”
‘성도들에게 부담 주는 일은 하지 말자.’ 나의 목회철학 중 하나였다. 예배당 잘 짓는 일이 목회의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배당은 성도들이 예배드리기 위해 모일 수 있는 장소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성도들은 즐겁게 자원하여 헌금했다. 감사하게도 건축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예배당 부지를 구입해야 하는데 여간 녹록지 않았다. 계약자와 “내일 계약하자”고 약속한 뒤에 이튿날 약속한 장소에 갔더니 땅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계약이 불발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만일 그때 일이 성사됐다면 더 큰 어려움이 닥쳤을지 모른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너희가 지금은 모르나 나중에는 알 것”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아멘”으로 받아들인다.
신축 교회는 교통이 편한 경기도 성남 분당에 들어서게 됐다. 설계를 끝내고 공사를 시작하려는데 IMF 금융위기가 닥쳤다. 경제 사정을 감안해 교회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다시 설계해 예배당을 완공했다. 공사를 마치고 나니 10억원 가량 남았다.
새 예배당을 어떻게 유지·관리할까. 예배당을 짓는 내내 머리에 맴돌던 생각이었다. 예전에 미국 시카고 교외에서 크게 부흥하는 윌로우크릭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그렇게 큰 예배당에 나와 봉사하면서 자비로 식사를 해결하는 게 퍽 인상적이었다. 봉사생활을 통해 그들의 신앙이 성장하고 있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성도들에게 월로우크릭교회의 자원봉사 활동을 소개하면서 교회 봉사자를 모집했다. 500여명의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교육을 실시한 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5개 팀으로 나눠 활동하게 했다. 예배실부터 교육실 사무실 화장실 계단 정원 부속실 안내에 이르기까지 봉사자가 넘쳐났다.
정리=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역경의 열매] 박조준 <17> 분당에 예배당 신축… 자원봉사자 운영 새 모델로
입력 2016-11-21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