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54·연수원 24기) 변호사는 20일 오후 5시쯤 취재진에게 배포한 A4 24장가량의 입장자료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된 혐의를 부인했다. 마치 검찰의 대통령 대면조사에 대비한 듯 거의 모든 공범 혐의에 반박논리를 폈다.
유 변호사는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에 대해 “최순실씨 등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범’처럼 기재한 것은 (기소되지 않아) 법정에서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대통령의 헌법적 특수성을 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를 조사하지도 않고 공범 혐의를 적용한 건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법 논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검찰이 지난 15일 이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끝내 무산된 ‘대통령 조사’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최소 시간을 달라고 했을 뿐”이라며 “거부한 것이 아니다”고 피해갔다.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혐의(직권남용·강요)에 대해선 “박근혜정부의 일관된 정책 기조 하에 한류전파·문화융성 등 뚜렷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추진한 일”이라며 “밀실에서 특정 개인에 의해 결정된 정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은 최씨가 개인 사업을 벌이는 건 전혀 몰랐고, 상상조차 못했다”며 “개인 축재(蓄財)나 최씨를 돕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최씨 등의 범죄사실이 있어도 ‘개인 비리’일 뿐 박 대통령은 그것을 지시하기는커녕 알지도 못했다는 취지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을 독대한 일도 “대통령이 기업인을 따로 만나 현안을 논의한 것은 어느 정부에나 있었다”며 “역대 정부가 추진한 공익재단 사업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맹세코 순수한 마음에서 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퇴임 이후나 개인 이권을 고려했다면 천벌 받을 일이다’고 나에게 토로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에 대해서는 “최씨는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한 1998년부터 일반 국민의 관점에서 조언을 해오고 했던 관계”라며 “박 대통령은 정 전 비서관에게 ‘최씨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을 뿐 연설문 자체를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연설문 외에 문건은 “박 대통령은 유출 경로를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대통령, 최순실 비리 상상조차 못했다”
입력 2016-11-20 2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