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를 재판에 넘긴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내용에는 그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유입된 대기업의 출연금을 횡령했다는 내용이 없다. 대담한 국정농단에도 불구하고 재단의 돈만큼은 재단 내부에 보존되고 있었던 셈이다. 최씨가 774억원 중 거액을 독일로 빼돌려 펀드를 조성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측근과 차은택씨 측근들을 등기임원으로 내세워 설립한 광고기획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사익을 챙겼다. 최씨가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실질적으로 거둔 사익은 현재까지만 14억원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 3월 말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된 뒤 8월 9일까지 7건의 광고를 수주해 총 5억1669만6500원의 수익을 거뒀다. 4월부터 5월까지는 현대차그룹의 광고회사 이노션에 예정됐던 광고 5건을 수주하고 9억1807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최씨 신생 회사의 갑작스러운 이익은 박근혜 대통령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씨의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한 브로커처럼 보일 지경이다.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직접 플레이그라운드 회사소개 자료를 넘겼고, 이는 현대차 고위 경영진에 그대로 넘어갔다. 안 전 수석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KT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박 대통령이었다.
최씨는 광고기획사 이외에도 스포츠마케팅 업체들을 여럿 세워두고 K스포츠재단 사업과 관련한 이권 개입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K스포츠재단이 추진하던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의 이권을 담당키로 돼 있던 더블루케이가 대표적이다. 이때도 박 대통령은 롯데그룹을 먼저 만나 더블루케이 사업과 관련된 지원을 요청했다. 이후 최씨는 “롯데그룹과 이야기가 다 됐다”며 롯데 측에 75억원을 요구하도록 더블루케이 대표 등에게 지시하기만 했다.
최씨와 박 대통령이 현대차를 상대로 일감을 내 주도록 강요한 KD코퍼레이션은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동창 아버지 이모씨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현대차와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제 납품계약을 체결했고, 최씨는 이 시기를 전후해 이씨에게서 1162만원 상당의 샤넬백 1개, 현금 4000만원 등 5162만원을 뒤로 받아 챙겼다. 최씨에게 뒷돈을 먹인 이씨는 박 대통령이 프랑스 순방을 가던 지난 5월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글=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탐욕의 순실’… 문어발식 이권 챙기기
입력 2016-11-2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