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컨슈머리포트-사골곰탕] 수입산 원료 ‘오뚜기’ 웃고, 한우 사용 ‘착한들’ 울다

입력 2016-11-22 00:03 수정 2016-11-22 00:40
서울 중구 뱅커스클럽에서 지난 17일 5개 브랜드의 상온 유통되는 레토르트 사골곰탕의 맛을 비교 평가하고 있는 셰프들. 왼쪽부터 조용관·표진호·최영현·정우석 셰프, 김관용 캡틴. 구성찬 기자
5개 유명 브랜드 사골곰탕 평가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 상온 사골곰탕을 평가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을 살펴봤다. 시장정보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5년 10월∼올해 9월 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 1위는 오뚜기로 점유율이 무려 72.1%나 됐다. 2위는 올해 시장에 진입한 CJ제일제당으로 시장 점유율은 7.1%였다. 17%가 기타 브랜드들이고, 자체 상품(PB)이 3.6%를 차지하고 있어 시장 상위 5개 브랜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우선 시장 점유율 1,2위 브랜드 제품인 오뚜기 사골곰탕 국물(350㎖·950원)과 CJ 비비고 사골곰탕(500g·1380원)을 평가 대상으로 골랐다. 그리고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워홈의 ‘손수 푹고은 사골곰탕’(350g·2070원), 풀무원의 친환경식품 전문 브랜드 올가의 ‘무항생제 한우로 만든 사골곰탕’(500㎖·6000원), 대형마트에 입점돼 있는 ‘착한들 무항생제 한우 사골곰탕’(500㎖·5980원)을 평가해보기로 했다.



빛깔 향 농도 풍미 기준으로 상대평가

평가 대상 사골곰탕은 지난 17일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백화점에서 각각 구입했다. 평가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중구 뱅커스클럽에서 진행했다. 뱅커스클럽은 신세계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으로, 결혼식과 각종 모임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3만원 이하의 연회 메뉴를 9종이나 내놓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평가는 뱅커스클럽 주방의 조용관, 표진호, 최영현, 정우석 셰프와 김관용 캡틴이 맡았다. 사골곰탕은 빛깔, 향, 농도, 풍미 4가지 항목을 평가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1차 종합평가를 했다. 원재료 함량과 영양성분을 각각 공개한 뒤 이에 대해 평가했다. 가격을 알려 준 다음 최종평가를 했다.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는 5점, 상대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제품에는 1점을 주는 상대평가로 진행했다.

주방의 장선빈 세프가 5개의 냄비에 5개 제품을 각각 담은 뒤 포장지에 적힌 조리법에 따라 데운 사골곰탕을 대접에 담아내왔다. 한눈에 봐도 빛깔이 제각각이었다. 셰프들은 작은 컵에 사골국물을 담으면서 빛깔과 향을 살폈다. 그리고 사골국물을 한 모금씩 마시면서 농도와 풍미를 평가했다. 제품이 바뀔 때마다 맛이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물로 입가심을 했다. 셰프들은 “건더기가 없어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수입산 사골 제품들 맛과 가성비로 상위권

셰프들은 무항생제 한우 제품의 원재료 우수성은 인정했으나 최종평가에선 맛과 가성비 등을 고려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와 호주 수입산을 쓴 사골국물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1위는 최종평점 5점 만점(이하 동일)에 4.8점을 받은 오뚜기 사골곰탕(271.4원·이하 100㎖ 당 가격)이 차지했다. 빛깔(4.6점), 농도 (4.0점), 풍미(4.4점)에서 최고점을 받은 오뚜기 곰탕은 1차 종합평가에서도 4.8점으로 1위를 했다. 그러나 뉴질랜드산 사골을 쓴 이 제품은 원재료(2.6점)와 영양성분(3.2점)평가에서 각각 3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평가 대상 제품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맛과 가성비를 인정받아 최종평가에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최영현 셰프는 “간이 강해서 식으면서 짠맛이 진해지긴 했으나 즉석식품으로 먹기에는 편한 것 같다”며 최고점을 주었다.

2위는 비비고 사골곰탕. 최종평점은 4.0점. 향(4.2)과 농도(4.0)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빛깔(4.2점)과 풍미(4.0)에서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이 제품은 1차 종합평가에서도 2위였다. 그러나 원재료 (1.2점)와 영양성분(1.9점)에서 각각 최하점을 받았다. 원재료 평가에선 호주산 사골을 썼을 뿐만 아니라 향미증진제 등 첨가물이 가장 많은 점이 감점 요인이 됐다. 영양성분 평가에서는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고 단백질 함량은 가장 낮았다. 가격이 두 번째로 저렴했던 이 제품도 가성비를 인정받아 최종평가에선 1차 종합평가의 2위로 복귀했다. 표진호 셰프는 “조미료 맛이 확실하게 나지만 맛있어서 먹기에는 좋다”고 평가했다.

3위에는 최종평점 2.4점을 받은 아워홈의 사골곰탕이 올랐다. 빛깔(2.8점), 향(3.0점), 농도(3.4점), 풍미(3.6점) 전항목에서 3위였던 아워홈 제품은 1차 종합평가에서도 3위였다. 호주산 사골을 사용한 이 제품은 원재료(2.2점) 평가에선 4위로 내려앉았다. 영양성분(2.1점) 평가도 4위였다. 정우석 셰프는 “약간 비린맛이 난다”고 지적했다.



무항생제 한우사골 썼지만 맛 낙제점

4위는 올가 사골곰탕(1200원). 최종평점 2.0점. 풍미(1.4점)에서 최저점을 받았고, 빛깔(2.2점), 향(2.6점), 농도(2.0점)에선 4위였다. 1차 종합평가(1.4점)에서도 4위였다. 그러나 무항생제 한우뼈(꼬리반골 포함)를 쓰고 소금을 전혀 쓰지 않은 이 제품은 원재료(4.6점) 평가에선 최고점을 받았다. 영양성분(4.2점)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나트륨 함량은 가장 낮았고, 칼로리는 제일 높았다.

사골곰탕은 보양식인만큼 셰프들은 칼로리가 높은 제품에 가점을 주었다. 평가 대상 중 가장 비쌌던 이 제품은 최종평가에선 4위에 머물렀다. 김관용 캡틴은 “다른 음식에 육수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특히 맛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5위는 착한들 사골곰탕(1196원)으로 최종평점 1.8점. 풍미(1.6점)를 제외한 전 항목에서 최저점을 받았다. 1차 종합평가에서도 1.4점으로 5위였다. 역시 무항생제한우사골을 사용한 이 제품은 원재료에선 높은 점수(4.4점)를 받았다. 영양성분에서도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으나 가성비가 낮아 최종평가에서 5위로 다시 내려앉았다. 조용관 셰프는 “5번(착한들)과 4번(올가) 제품의 가격이면 곰탕 전문점에 가서 구입해 와 먹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고 맛도 좋을 것 같다”면서 “건더기도 없이 곰탕 국물만 있는 제품치고는 너무 비싸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