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예금 담보로 억대 외화대출

입력 2016-11-20 18:38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수출기업들처럼 신용장(LC)을 개설해 예금을 담보로 외화대출을 받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은행 측은 대출 과정에서의 법적 문제는 없었다고 항변하지만 과도한 편의 제공이라는 의혹은 지속되고 있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자신의 예금을 담보로 KEB하나은행에서 12만 유로(약 1억5000만원)의 외화대출을 받았다. 정씨는 하나은행 압구정중앙지점에서 신용장(외화지급보증서)을 발급받은 뒤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유로화로 대출을 실행했다. 신용장은 주로 수출기업이 이용하는데, 일정 기간 일정 범위 내에서 은행이 금액에 대해 지급을 보증하는 증서다.

하나은행은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도 802명가량 신용장을 발급받아 전체의 11.2%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4년간 10대 개인에게 신용장이 발급된 사례는 정씨가 유일하다고 전했다. 정씨는 앞서 최씨와 공동 소유한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24만 유로(약 3억원)의 외화대출을 받은 바 있다. 하나은행은 “신용장은 담보와 차주의 상환능력이 인정되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며 “은행의 정상적 영업활동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송금 기록이 남지 않는 신용장 이용 등 금융 당국 눈을 피해 해외 재산 반출 방법을 최씨 모녀에게 컨설팅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용장 발급 전 한국은행에서 보증계약신고필증을 발급받았다”며 절차를 완수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선 일반인도 정씨처럼 신용장을 개설할 수만 있다면 금리가 싼 유럽 등지에서 0%대 대출을 받는 등의 허점을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 당국은 지난 9일까지 하나은행 종합검사를 마쳤지만 정씨 대출에 대해선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