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이 문화융성과 스포츠산업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비선실세들의 ‘돈줄’로 변질된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재단 설립 전반을 총괄 지휘했고, 모금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인사는 최순실씨가 주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원의 성격에 대해 검찰은 ‘강요에 의한 모금’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4일과 25일 양일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 7명과 독대해 “문화, 체육 관련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 달라”는 발언을 했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 총수 독대를 마친 박 대통령으로부터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금원을 갹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는다. 안 전 수석은 즉시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전화해 “재단 설립을 추진하라”고 했다.
최씨도 이때 박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이후 최씨는 재단 이사장 등 임원진을 구성해 재단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재단 설립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2015년 10월 말 리커창 중국 총리 방한 일정이 잡히자 최씨는 “한·중 간 문화교류에 관한 MOU(양해각서) 채결을 위해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고 “재단 설립을 서둘러라”라고 지시한다. 또 2015년 10월 21일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며 재단 이름까지 지어줬다. 이틀 뒤에는 미르재단 설립을 위해 9개 그룹이 출연금 300억원을 분담하는 안이 결정된다. 그런데 다음날인 10월 24일 안 전 수석은 출연금을 500억원으로 늘리고, 출연 기업도 추가하라고 말을 바꾼다. 정관도 수정해 처분이 제한된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의 비율이 기존 9대 1에서 2대 8로 바꾸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10월 27일 미르재단은 창립됐다. 미르재단 이사장 등 주요 임원은 최씨의 추천대로 정해졌지만, 전경련이 추천한 것처럼 창립총회 회의록은 허위로 작성됐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미르·K재단 설립 ‘총괄 지휘’는 朴 대통령
입력 2016-11-21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