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주도의 21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와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이른 시일 내에 구축하겠다고 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정책에 정면 대응하는 모양새다. 미국,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트럼프 당선으로 사실상 존폐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계지도자 회의 기조연설에서 “아태 지역은 보호무역주의의 도전과 성장 정체에 직면해 있다”며 “폐쇄적 대응과 배타적 행동은 옳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트럼프의 무역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 글로벌화는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FTAAP의 설립은 아태 지역의 장기적 번영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APEC 회원국은 2014년 베이징회의에서 FTAAP 설립에 동의했다.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무역 질서가 미국에서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다.
시 주석은 보다 의욕적으로 ‘FTAAP 세일즈’에 나섰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따로 만나 FTAAP에 힘을 보탤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상호 신뢰 강화를 위해 정기적인 고위급 접촉을 유지하길 원한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은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년 5월 일대일로 관련 행사 참석차 방중하기로 약속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과의 외교·무역 마찰을 걱정하는 세계 지도자를 안심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젊은 지도자 1000명이 참석한 APEC 타운홀 미팅에서 “최악의 상황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라”면서 “무역 분야에서 긴장이 고조될 수 있지만 일이 돌아가는 과정을 본다면 미국과 상대국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또 “유세 내용과 실제 정책이 항상 같지는 않다”고 언급하면서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세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지도자들을 다독였다. TPP 11개국 정상과 만나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의 무역협정을 지지한다”면서 임기 만료 때까지 TPP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그는 이날 시 주석과 임기 마지막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엄격하게 대응하겠다고 합의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를 염두에 둔 듯 “양국 관계가 매끄럽게 전환되기를 원한다”면서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해 계속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TPP 대신 FTAAP” 자유무역 전도사 된 중국
입력 2016-11-21 00:01 수정 2016-11-21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