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외교·안보 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초강경파 인사로 안보팀을 구축한 트럼프 당선인은 공화당 온건파 또는 민주당과 타협할 것이란 기대를 말끔히 제거했다. 동시에 여태껏 표방한 보수적 공약과 극단적 언사를 이어갈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는 법무장관에 제프 세션스(70) 상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마이크 폼페오(53) 하원의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플린(58) 전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각각 내정했다. 극우 성향인 이들 3인방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유색인종, 무슬림 정책에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노골적인 ‘트럼프주의자’다. 트럼프의 불법이민 규제 공약을 앞장서 옹호하고 나아가 무슬림 입국 금지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포괄적 이민개혁안을 강력 반대했다. 흑인지위향상협회(NAACP)를 ‘반미국적’ ‘공산당에 고무된 단체’로 일컫는 등 인종차별 발언이 불거지며 1986년 연방 판사 후보자 상원 청문회에서 낙마했다.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는 공화당 내 강경파인 티파티 소속이다.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테러리스트를 비난하지 않는 무슬림은 모두 공범”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선거 기간 트럼프에게 방위정책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의 이란 핵 합의를 비판한 폼페오는 트럼프의 군사·외교 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물론 이슬람 전반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우향우로 치우친 인선은 이내 도마 위에 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민주당 또는 공화당 온건파와 가교를 이을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선거 이후 트럼프가 중도적인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의 인선은 선거 기간 보여준 모습과 트럼프 행정부가 매우 유사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논란에 인수위는 “트럼프는 정권의 어젠다를 수행할 뛰어난 인재와 더불어 다양한 배경의 미국인을 끌어안는 역사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플린은 18일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등 한국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동맹은 ‘핵심적인 동맹(vital alliance)’ 관계”라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우선순위로 다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한국과 미국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심각하고 시급한 위협”이라며 “강력하고 체계적인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 지도부의 셈법 변화를 유도해 나간다는 한·미 공동의 정책목표에 공감한다”고 밝혔다고 조 차장은 전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등 구체적 현안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차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정부의 100일, 200일 우선순위 리스트에 한·미 FTA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훈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zorba@kmib.co.kr
‘극우 3人’ 안보팀 점령… “타협 없다” 트럼프의 메시지
입력 2016-11-20 18:32 수정 2016-11-29 1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