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4차 촛불집회에서도 시민들은 성숙한 의식을 보여줬다. 학생들에게 집회를 위한 촛불을 무료로 나눠주는 시민부터 쓰레기를 치우는 시민까지 모두가 평화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었다. 이날 집회에서 경찰 연행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향하는 청계천 한쪽에선 김상훈(42)씨가 촛불을 팔고 있었다. 김씨가 파는 촛불 가격은 어른에겐 1000원, 초·중·고생에겐 0원이었다. 김씨는 “수능이 끝난 뒤 학생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뉴스를 보고 뭐라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내가 부자가 아니니 어른들에게는 1000원을 받고 그 돈으로 다시 학생들에게 촛불을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내가 집회에 동참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촛불 가격이 부담되는 어린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일대 곳곳은 일반적인 집회 현장과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후 7시30분쯤 행진이 시작되자 집회 참가자 모두 각자 가져온 쓰레기는 각자 손에 들고 행진을 했다. 일부 쓰레기는 길가 한곳에 모아뒀다.
법원이 행진을 허용하면서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내자동 로터리와 율곡로 북측에는 경찰 차벽이 줄지어 섰다. 경찰의 차벽은 평화적 집회를 원하는 시민들이 붙여놓은 꽃 스티커로 도배됐다. 집회가 끝날 때쯤 시민들은 자신들이 붙였던 경찰차 등에 붙인 집회 스티커를 자발적으로 떼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 곁에는 떼어낸 스티커를 길거리에 버리면 안 된다며 비닐봉지를 들고 걷는 학생들도 있었다.
경찰과의 충돌도 적었다. 한 시민이 갑자기 흥분해 버스 위로 올라서자 시민들은 “내려와”라고 외쳤고, 시민은 1∼2분 만에 버스 아래로 자진해서 내려왔다. 일부 시민들이 “청와대로 돌진하자”고 주장했지만, 대다수는 차분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앉아 사회자 말을 경청하며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의경들에게 초콜릿, 과자 등을 주는 호의적인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3차 집회 때는 연행자가 총 23명이었으나 이날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윤성민 임주언 최예슬 기자 woody@kmib.co.kr
‘100만 집회’ 연행자 한 명도 없어
입력 2016-11-20 18:19 수정 2016-11-20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