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수십만명의 시민이 모여들던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는 이에 맞서는 보수집회가 열렸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과 엄마부대 등 80여개 보수단체가 ‘대한민국 헌정질서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이라고 내건 이 집회는 당초 오후 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서울역 앞은 1시간 전부터 시끌시끌했다. 주최 측이 준비한 600여개 좌석은 이미 꽉 찼고, 참가자들은 KTX 역사와 롯데마트 앞 계단까지 가득 메웠다.
박사모 회원들은 부산·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해 함께 올라왔다. 대구 회원인 김태녕(70)씨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TV만 틀면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하도 지랄을 해대서 왔다”는 김씨는 “임기 동안 나라를 안정시키고 (대통령이) 나가야지 이대로라면 무슨 꼬라지가 되겠노. 최순실이 나쁜 X”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법치국가’와 ‘빨갱이’, ‘좌경화’를 강조했다. 부산에서 장사를 접고 오전 일찍부터 올라왔다는 김영자(58·여)씨는 “김대중이나 김영삼도 다 똑같이 해묵었는데 왜 박 대통령만 그라노”라며 “대통령 임기는 끝내고 법대로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여자 대통령이라 무시하는 것 아이가”라며 화를 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김수용(64)씨는 “대통령 지지율이 5%라는 것도 나는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치국가면 법대로 해야지 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하느냐”며 “사실 최순실이 나쁜 것은 맞지만 대통령 친인척도 아니고 정유라가 박근혜 딸도 아닌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신기헌(70)씨는 “대통령 물러나면 문재인이 지가 될 줄 아나보다”라며 비웃는 듯 말했다.
평범한 주부로 난생 처음으로 집회에 참가했다는 정모(61·여)씨는 “나도 처음에 최순실 사태 터졌을 때는 우리 대통령이 어떻게 저러나 싶었는데 2번 사과하지 않았나. 그때 마음이 바뀌었다”며 “대통령은 할 만큼 했다. 힘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역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부터 열리고 있는 또 다른 보수단체 집회에는 색깔론이 터져 나왔다. ‘김정은 지령! 박근혜 하야시켜 미국의 선제공격 방패막이로 친북 정권을 세우려 한다’는 피켓도 있었다. 집회 도중 관중 사이에서 “빨갱이들 다 때려죽이자!”는 원색적인 비난이 들렸다.
이경숙(61·여)씨는 “미국에 새 대통령이 당선됐는데 우리 대통령은 외교도 못하게 국가적 망신을 줘 발을 묶어뒀다”며 “이런 시국에 우리 체제가 불안정해지면 제일 좋아할 사람이 누구겠느냐”고 반문하며 북한을 가리켰다. 중·고등학생, 20∼30대 젊은이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대통령님, 힘내세요” “최순실이 나쁜 X”
입력 2016-11-20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