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자 거리로 쏟아져 나온 고3들 “정유라·장시호에 분노했다”

입력 2016-11-20 17:34
수학능력시험을 치른 고3 학생들이 입시가 다 끝나기도 전에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 기소)씨 딸 정유라(20)씨의 황제특혜에 성난 이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지난 12일 집회에도 참여했다는 박모(18)군은 “고3 입장에서 가장 화나는 것은 정씨의 입학 비리”라며 “우리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누구는 그런 식으로 대학을 간다는 것이 너무 억울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박군은 “평등한 나라를 만들고 평등하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집회에 참가한 이상연(18)양도 “지금 고3이 고등학교 때 세월호 사건을 겪은 마지막 세대다. 당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고등학생은 없었을 것”이라며 가슴 아파했다. 이양은 그동안 수능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지만 시험이 끝나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런 울분을 유쾌발랄한 이색 퍼포먼스로 표출했다. 합기도 체육관원 학생 10여명은 박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붙은 허수아비를 들고 행진했다. ‘박근혜 허수아비는 청와대에서 내려와 당장 논으로 가라!’는 현수막도 들었다. 체육관원 최우석(18)군은 “합기도 3단 체육특기생으로 대입 수시를 썼던 입장에서 정씨의 부정 입학은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3시 청계천 일대에서는 청소년 시국대회가 열렸다.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주최로 열린 시국대회에는 학생 1000여명이 참가했다. 권모(15)양은 “역사책에 옳은 역사를 쓰러 나왔다”고 말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이승연(17)양은 “청소년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게 해줘 파란집(청와대) 분께 감사드린다”며 “지금 하는 일이 ‘최순’이냐, ‘확siri’하냐 길라임씨”라며 박 대통령의 ‘길라임’ 가명 논란을 풍자했다. 학생들은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에서 파이낸스빌딩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최씨 조카 장시호(37)씨의 연세대 부정 입학 의혹도 학생들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학원 친구 2명과 함께 집회에 왔다는 김태우(17)군은 “장씨도 고등학교 때 거의 전교 꼴등이었는데 연세대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며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김군은 “원칙을 강조하던 박 대통령이었지만 원칙이 하나도 없는 나라가 된 것 같다. 정씨는 학교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는데 졸업하지 않았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이가현 임주언 오주환 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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