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안돼… 朴 대통령, 이제 그만 내려왔으면”

입력 2016-11-20 18:29 수정 2016-11-20 21:40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국민일보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의 집회 현장으로 달려가 국민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었다. 외견상으로는 평화롭게 촛불을 들었지만 지역과 성별, 세대를 가리지 않고 기자들에게 분노와 탄식을 쏟아냈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회복되기를 희망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전국의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왜 나왔는지, 어떤 부분이 답답한지, 박 대통령과 야당에 무엇을 바라는지 물었다.

#서울 광화문 60만의 함성

박승기(37)=대통령이 해명조차 제대로 못해 답답한 마음에 11개월 된 아이, 아내와 함께 나왔다. 대통령이 자신의 잘못을 유야무야시키며 퇴진하지 않으려고 해 일을 키우고 있다. 날이 추워지기 전까지 대통령에게 ‘다 내려놓고 이제 그만 물러나라’는 메시지를 전하겠다.

황현성(38)=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나왔다. 일개 사인(私人)이 중요 직책 인사에 개입한 사실에 가장 분노하고 있다. 사드 배치 등도 왜 이 시기에 밀어붙이는지 모르겠다. 야당이 좀 더 적극적으로 퇴진운동을 벌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

송아름(18)=수능 끝나면 꼭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정유라씨의 부정입학이 제일 화가 났다. 이화여대는 열심히 공부한 사람만 갈 수 있는 곳 아닌가. 야당을 크게 믿지는 못 하지만 지금 믿을 수 있는 게 야당밖에 없으니 잘해줬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이 우리 마음을 좀 알아주고 내려왔으면 한다.

박세정(76)=식물 대통령이 되어버렸는데도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를 응징하기 위해 촛불민심을 보여주러 나왔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위안부 합의 등 나라를 팔아먹는 행위를 하고 있다. 야3당이 힙을 합쳐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데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결국 하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강건(18)=수시전형으로 대학교 입학이 확정된 뒤 부담 없이 1차 촛불시위부터 참여해 왔다. 수능 끝난 친구들도 데리고 나왔다. 청년들은 노력도 안 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앞세워 뭔가를 얻어간다는 데 화가 났다.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했다는 점도 모순투성이다. 박 대통령은 당장 내려와라.

장승혜(18·여), 김혜승(18·여)=참정권을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분노할 만한 상황이다. 청소년들이 가진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박 대통령 당선 당시엔 투표권이 없어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지만 투표권이 생기면 투표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임도현(16)=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군인이 되는 게 꿈이다. 정권이 부조리한 모습을 자꾸 보여 거리로 나왔다. 학생들은 출석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데 정유라는 날로 먹었다. 학생들이 노력해야 하는 이유를 잃었다. 수능도 끝났으니 집회에 나오는 고3도 점점 늘어날 걸로 예상한다.

이재인(20·여), 윤상은(25·여), 김유빈(18·여)=시민 참여를 통한 작품을 만들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 분노할 부분이 너무 많다. 한 가지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일이 한 묶음이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민이 원하는 바를 생각해서 국민만을 생각하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하야하세요!

백경민·전은경·전하영(18·여)=수능 때문에 나오기가 힘들었다. 수능도 끝났고 19일에 모인다고 해서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나오게 됐다. 최순실씨가 대한민국 검찰한테 수사받는 게 독일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났다. 야당은 나라를 위해 좀 더 일해 줬으면 좋겠다.

이호근(70)=박 대통령이 되면 고향인 대구가 발전할 줄 알고 뽑았다. 그런데 뉴스를 보니 대통령 마음에 국민은 없던 것 같더라. 너무 답답해 나왔다. 지금이라도 ‘내가 정말 잘못했다’ 이 한마디만 좀 들었으면 좋겠다. 좀 물러나소.

소명원(43)=이런 시국에 우리 가족만 편하게 놀면 안 될 것 같아서 10살 아들과 아내와 같이 나왔다. 속았다는 생각에 화가 많이 난다. 더 이상 우리의 노력으로 뭔가를 이룰 수 없는 사회가 됐다는 게 가장 슬프다. 야당에서도 자기 지지율만 계산하지 말고 이 상황을 빨리 수습해 달라.

송모씨(20·여)=정유라랑 동갑이다. 나는 고생해서 대학 들어왔는데 정씨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충격이었다. 고향인 대구 어르신들도 다 박 대통령 뽑은 거 후회하고 있다고 한다. 국민이 다같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끄러운 줄 알고 빨리 하야해야 한다.

#부산·대구·춘천·수원 35만의 분노

허정열(55·경북 포항시)=박 대통령이 미워서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이런 대중 집회는 생전 처음으로 참석했다. 정유라와 장시호, 이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 탄핵으로 가는 길에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옷이 당신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서경희(42·여·대구)=답답하고 화가 나서 8살 아들과 나왔다. 더 이상 내 대통령이 아니다. 빨리 내려왔으면 좋겠다. 1번만 찍었는데 이젠 생각해봐야겠다. 사드 배치도 자기 자리 지키려 강행하는 것 아닌가. 야당이 적극 나서주면 좋겠다.

안성준(19·대구)=박 대통령이 보수의 기본 가치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나왔다.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어야 되는데 이것이 안 되면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 정유라 이대 입학 부정에 제일 화가 났다. 대통령이 하야 안 한다고 하면 야당은 탄핵을 준비해야 한다.

최동균(64·경북 안동시)=박근혜가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는 게 가장 분통이 터지고 허파가 뒤집어지는 부분이다. 스스로 하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절차를 거쳐서 탄핵하는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집회에 참가할 생각이다. 국민들은 이미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당장 내려와라.

박지영(35·여·부산 우동)=최순실 개인이 마치 자기 회사를 주무르듯이 한 나라를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분통 터진다. 박 대통령은 하야 않고 계속 버티는데 박 대통령이 무엇을 믿고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려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위상까지 깎아먹어 버렸다.

정현철(50·광주 산수동)=그동안 많은 언론이 비선실세를 거론할 때마다 대통령은 거짓말을 해 왔다. 리더십을 상실한 마당에 국정을 재개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호남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0%를 기록하는 것은 ‘식물정부’가 됐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부끄러운 줄 알라.

김충길(40·광주 학동)=썩어빠진 정권을 보고 견딜 수 없었다. 당장은 야당과 국민이 힘을 합쳐 대통령을 퇴진시켜야 한다. 촛불에 바람이 불면 산불이 난다.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권좌에서 내려오는 게 본인의 불행을 막고 나라를 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실패한 대통령이 될망정 아버지처럼 불행한 대통령은 되지 말기를 바란다.

이세령(28·여·강원 춘천)=‘내가 이러려고 열심히 일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기가 자라서 좋은 나라에 살게 하려고 남편과 돌 된 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최순실은 너무 쉽게 가는데 우린 처음부터 열심히 일해 봐야 제자리다. 야당도 대선 등 자신의 이익만을 좇지 말고 국민을 위해 일해주기 바란다.

김민성(16·여·강원 춘천)=박근혜와 최순실 사태에 분노해 같은 반 친구들 30여명과 함께 부모님들을 대신해 집회에 참석했다. 세월호 7시간 등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는데 하야하지 않는 대통령을 보니 더 화가 난다. 야당은 우리가 다시는 이러한 부끄러운 일을 겪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 주세요.

김정기(38·전북 진안)=농민이다. 쌀값 폭락 등의 대책을 비롯해 최근의 사태를 두고 볼 수 없어 나왔다. 박 대통령은 하야해야 하고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한다. 야당도 너무 눈치 싸움 하고 있지 않으냐. 판을 깔아줬으면 야당답게 행동 좀 해라.

윤보석(55·제주)=촛불집회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도 마음은 모두 광장에 나와 있을 것이다. 국정이 온당치 않은 사람들에 의해 부조리한 방법으로 이뤄지고 온갖 편법이 저질러지고 있었다는 데 대해 분노하지 않는다면 그건 민주시민이라고 할 수 없다.

사건팀, 전국종합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