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7)은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간의 자격정지가 끝난 올 4월부터 리우올림픽을 명예회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들었다.
김 전 차관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지 말라”고 사실상 강요한 것이다. 많은 고민을 했지만 박태환에게는 명예회복이 더욱 시급했다.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한 끝에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린 김 전 차관의 뜻에 맞서 올림픽에 참여했다.
하지만 박태환은 마음고생으로 훈련을 제대로 못해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결국 올림픽 참가 전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팬들은 “왜 올림픽에 나섰느냐”며 비난을 퍼부었다.
박태환은 은퇴까지 생각할 정도로 좌절했지만 이대로 선수생명을 끝낼수 없다며 이를 악물었다. 묵묵히 훈련하면서 재기의 땀을 흘렸다. 자비로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여건은 열악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는 부활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했다.
박태환은 지난 19일 일본 도쿄 다쓰미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8초 57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열린 남자 자유형 1500m에선 15분 7초 86의 성적으로 다시 1위에 올랐다. 앞서 열린 자유형 200m(1분 45초 16)와 자유형 400m(3분44초68)에서도 우승했다. 개인 첫 메이저대회 4관왕에 오른 박태환은 20일 열린 남자 자유형 50m 결승에선 5위를 기록했다.
박태환은 주종목인 자유형 400m에서 아직은 세계 정상급 선수보다 기록이 2초가량 뒤진다. 하지만 스승인 노민상 전 국가대표 감독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훈련에 전념한다면 반드시 예전 기록을 회복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박태환은 지난 19일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의 체육 부문 ‘소후티위’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리우올림픽이 끝나고 은퇴할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자존심을 찾고 기분을 전환하고 싶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대회를 마친 뒤 호주로 이동해 제13회 쇼트코스(25m) 세계선수권대회(12월 6∼11일·캐나다 윈저)를 준비한다. 2020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에 도전하는 박태환은 내년 최대한 많은 대회에 출전한다는 계획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마린보이, 亞수영선수권 4관왕 부활
입력 2016-11-20 20:44 수정 2016-11-20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