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짚고… 유모차 끌고… 與 텃밭서도 ‘촛불 함성’

입력 2016-11-20 18:18 수정 2016-11-20 21:43
19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부산=사진공동취재단
이날 대구 중구 중앙대로 앞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3차 대구 비상시국대회'가 열렸다. 대구=사진공동취재단
바람도 촛불을 끄지 못했다. 오히려 성난 민심으로 더 많은 촛불이 타올랐다. 지난 19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최대 규모의 촛불집회가 열려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함성이 메아리쳤다. 특히 부산과 대구 등 영남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고 바람에 꺼지지 않는 LED(발광다이오드) 촛불도 눈에 띄게 늘었다.

불붙은 영남 민심

부산, 대구에서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인원이 모인 ‘박근혜 퇴진’ 집회가 열렸다.

부산 서면 쥬디스 태화 옆 중앙대로 692번길 일대에는 10만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5000여명)이 촛불을 들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 청소년, 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 시민들이 집회장을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하야·퇴진’ ‘이게 나라냐’ ‘박근혜 대통령을 사법처리하라’고 쓰인 팻말과 촛불, LED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많은 시민이 정치적 구호를 내걸고 대규모 집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고향이자 여당 텃밭이었던 대구에서도 일반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대구비상시국회의’ 주최로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 3차 시국대회’에는 2만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5000여명)의 시민이 모였다. 1차 때 3000여명, 2차 때 5000여명보다 훨씬 늘었다.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집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집회장을 채운 사람은 일반 시민들이었다.

집회 주최 측에서 준비한 촛불 1만개가 동났고 LED 촛불 3000개도 모두 팔렸다. 진보단체 한 관계자는 “대구에서 이 정도로 많은 시민이 집회에 참여한 것은 처음 본다”며 “행진할 때도 주변 시민들이 호응하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고 놀라워했다.

경북 포항, 구미, 안동, 영주, 김천, 상주, 문경, 영천, 성주, 울진 등 10개 지역에서도 수천명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강원도민들 “촛불 꺼지지 않는다”

강원도 춘천 로데오사거리에 모인 시민 7000여명은 박 대통령 퇴진과 함께 춘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사퇴도 촉구했다. 로데오사거리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스무숲을 거쳐 1㎞ 구간을 행진한 뒤 김 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갔다.

LED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김진태 의원이 바람이 불면 촛불이 꺼진다고 했지만 LED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며 “산불은 바람이 불면 더 커지기 마련”이라고 외쳤다.

원주와 강릉 등 강원도내 9개 시·군에서도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촛불집회가 열렸다.

호남 “박근혜 당장 내려와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도 ‘박근혜 퇴진 광주 10만 시국 촛불대회’가 열렸다. 5·18민주광장과 금남로에 2만∼3만명이 운집한 것은 1991년 분신 사망한 전남대 고 박승희 열사 추모집회와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처음이다.

전북 전주시 충경로사거리에도 1만여명이 모였으며 전남 순천, 여수, 목포 등 전남지역 22개 시·군 중 14개 시·군에서도 촛불을 밝혔다.

특히 순천시 연향동 국민은행 앞에 모인 4000여명의 시민들은 ‘박근혜 퇴진’과 함께 이 지역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사퇴도 촉구했다.

충청·제주에서도 촛불 시민 운집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도 3만여명이 운집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충북 청주에서도 7500여명이 모였고 세종, 충남에서도 각각 촛불집회가 개최됐다. 국토의 최남단 제주도에서도 5000여명이 모였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