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 “대세 인기? 무대를 잊지 않을 거예요” [인터뷰]

입력 2016-11-22 00:03
SBS ‘질투의 화신’에 이어 영화 ‘형’에서 빼어난 연기를 펼친 조정석. 그는 연기 비결에 대해 “주어진 상황에 몰입해 진심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 해요?”

인터뷰 테이블에 앉은 배우 조정석(36)에게 주어진 첫 질문. 당황한 그는 발그레 웃으며 시선 둘 곳을 찾았다. “제 캐릭터가 (연기를) 펼치는 게 많아서 그렇게 보였나 봐요.” 애써 답변 한 마디를 내놓고 나서야 그는 평온한 표정을 되찾았다.

뮤지컬에선 꽤 이름이 알려진 배우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2012)으로 충무로에 입성했다. ‘납뜩이’가 안긴 신선한 충격, 그건 서막에 불과했다.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바삐 오가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오로지 연기였다. 어떤 캐릭터든 그를 만나면 펄떡펄떡 살아 숨쉬었다. SBS ‘질투의 화신’의 까칠한 순정남 이화신이 뭇 여성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도 오롯이 그 덕분이었다.

“요즘 주위 반응이 뜨겁긴 하더라고요. ‘질투의 화신’ 인기가 ‘형’에도 엄청나게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어요(웃음).”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여유롭게 현재를 즐기고 있었다. 대세 인기 소감을 묻자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며 담담하게 웃었다.

뜨끈뜨끈한 드라마 인기를 그대로 안고 스크린 공략에 나섰다. 조정석은 23일 개봉하는 영화 ‘형’에서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동생(도경수)을 무심한 듯 자상하게 챙기는 형 두식 역을 맡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동화됐고 감동을 받았어요. 가족애에 대해 다룬 점에 특히 끌렸죠. 제가 4남매 중 막내라서 더 와 닿지 않았나 싶어요.”

영화에서 조정석은 다채로운 감정선을 넘나든다. 껄렁껄렁한 사기꾼부터 동생을 지극히 아끼는 형의 모습까지 물 흐르듯 소화해냈다.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은 순간순간 애드리브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 철저히 대본을 토대로 한 연기였다.

“제 연기가 리얼함을 추구한다고 딱 잘라 말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좋은 연기란,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어하고 ‘맞아 맞아’ 하면서 동화되어 따라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그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뿐이고요.”

뮤지컬 ‘호두까기 인형’(2004)으로 데뷔한 조정석은 ‘그리스’(2005) ‘헤드윅’(2006) ‘올슉업’(2007) ‘스프링 어웨이크닝’(2009) 등 무대에서 눈부시게 활약했다. 영화·드라마로 대중적인 주목을 얻기까진 꽤 시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그는 “이 기간을 결코 무명시절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 느낌이 아직 생생해요. 지금은 물론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졌죠. 하지만 행복의 정도는 늘 같아요. 그때도 절 사랑해준 팬들이 있었거든요. 나를 봐주는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행복한 거죠.”

급격히 치솟은 인기에 초기 팬들은 내심 섭섭할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조정석은 치명적인 애교로 응수했다. “하, 나는 그럼 어떡해∼”

그는 “팬들도 내가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봤을 때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무대라는 공간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 매년 공연 한 작품씩은 꼭 할 거다. 질투보다는 응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