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1일 오후 2시 실시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권 단순매입 조처로 국내 채권시장이 진정세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한은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이른바 ‘트럼프 탠트럼(Tantrum·발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8일 국고채 직접매입 방침을 밝혔다. 규모는 시장 기대의 절반 수준이지만, 2008년 11월 금융위기 당시 1조원의 국고채 직접매입 이후 8년 만의 시장 안정화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은이 국고채 직접매입 사실을 홈페이지 한 구석에 조용히 공지한 지난 18일 오후 3시 이후 채권 시장에선 30분 만에 금리 오름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전 연중 최고치인 1.746%까지 치솟았다가 1.736%로 마감, 전날보다 0.023% 포인트 상승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5년물과 10년물 역시 오전보다 금리가 각각 0.037% 포인트와 0.014% 포인트 떨어진 채 장을 마감했다.
한은이 8년 만에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은 트럼프 탠트럼 때문이다. 탠트럼은 어린아이가 내는 짜증과도 같은 발작을 지칭한다. 트럼프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트럼플레이션) 우려에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예고가 합쳐져 역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을 가져오고 있다. 2013년 밴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 발언 이후 미국의 급작스러운 장기채권 금리 상승과 신흥국 통화가치 및 증권시장 급락세를 일컬어 ‘테이퍼 탠트럼’이라고 불렀다. 테이프 끝을 가늘게 만드는 것 같은 돈줄 죄기 작업에 국제 금융시장 발작이 뒤따랐다는 의미이다.
한은이 3년·5년·10년·20년물 국고채를 모두 매입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시장 진정세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채권시장 불안을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입 금액 규모는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지만, 향후 시장 개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Trump Tantrum
트럼프 탠트럼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미국 채권 시장에서 나타나는 장기금리 급등 및 신흥국 시장에서의 자본유출 현상을 일컫는다. 2013년 밴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를 시사하자 기준금리 인상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해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가 급락했던 '긴축 발작(Taper Tantrum)'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한은, 8년 만에 채권시장 개입 왜? ‘트럼프 탠트럼’ 차단 고육책
입력 2016-11-20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