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도 “역사적인 순간… 평화집회 놀라워”

입력 2016-11-20 18:16 수정 2016-11-20 21:42
19일 미국인 영어교사 앤드루씨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해 '박근혜 즉각 퇴진'이라는 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임주언 기자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60만개의 촛불(경찰 추산 17만명)을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대부분 고무적이었다. “한국의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평가와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오후 2시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시작된 시민 행진이 인사동거리로 이어지자 외국인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사진을 찍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남아공 출신 D씨(20·여)는 “집회가 차분하다”며 “남아공에는 폭력집회가 많다. 하지만 폭력은 무질서를 부르기 때문에 오히려 목소리가 가려진다”면서 평화시위를 지지했다.

미국인 영어교사 앤드루(41)씨는 직접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왔다. 그는 “집회에 직접 참여하고 싶었다”며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국민을 분노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광장을 찾은 앤드루씨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이 일은 빅뉴스”라며 “조금 더 수사가 필요해 보이지만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내려와야(step down)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에서 온 노라(71·여)씨 부부도 평화로운 집회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도 수원의 한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는 아들을 보러 방문한 이들은 “(이번 집회가) 대통령 문제라고 들었다. 국민 목소리는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더했다.

방송일을 하는 캐나다인 에릭(33)씨도 “한국의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해 함께하고자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민들을 배신했기 때문에 내려와야 한다고 본다”며 “대통령은 그들의 목소리를 계속해서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화시위의 효과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이스라엘 여행객 L씨(22)는 “여러 사람이 평화롭게 집회하는 모습이 특이하다. 특히 경찰이 협조한다는 게 눈에 띈다”면서도 “하지만 평화롭게 타이르는 건 무시받기 쉽다”고 고개를 저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세바스티안(34)씨도 “한국인이 큰 규모의 집회를 하는데 과연 이 집회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그는 “이렇게 한다고 해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축제처럼 즐기는 평화시위에 어떤 의미를 둘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주언 최예슬 이가현 오주환 기자 eon@kmib.co.kr, 사진=임주언 기자